디스플레이 전시회 SID 2022서 확인된 中 기술력
삼성D, LGD 주도하는 OLED 추격도 거세
"첨단 기술 지원 없으면 OLED 시장도 위험"
반도체와 더불어 국내 제조업의 핵심으로 자리한 디스플레이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20년 가까이 지켜냈던 세계 1위 자리를 최근 중국에 넘겨주면서 위기감도 고조됐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여전히 소극적이란 시각에서다. 당장, 반도체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진 데다,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동반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비하면 상대적인 박탈감도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주도권을 넘겨준 액정화면(LCD)에 이어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류로 올라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18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2 리뷰 심포지엄'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행사에선 상당한 기세로 무장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술 추격세에 대한 염려가 쏟아졌다. 지난 10∼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렸던 'SID 2022'에선 BOE와 CSOT 등을 포함한 중국 업체들의 약진세가 그대로 확인됐다.
"BOE 95인치 OLED 선봬...차세대 기술도 개발 본격화"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장혁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LG디스플레이가 SID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97인치 OLED 패널을 선보였는데, 중국 BOE도 95인치 제품을 내놓아 깜짝 놀랐다"며 "차세대 기술 부분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매출 기준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에서 42.6%로, 1위로 올라선 가운데 한국은 33.2%에 그쳤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밀려 국내 업체들은 LCD 사업을 철수하고, OLED로 주력 분야를 전환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하지만 현재는 OLED도 안심할 순 없는 판이다. 실제 지난 2019년 기준,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점유율은 90.3%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9.7%에 불과했다. 그랬던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 전망이 올해 2분기에 한국은 72.1%를, 중국은 27.4%를 각각 가져갈 것으로 점쳐졌다. 양국 간 격차는 크게 좁혀질 조짐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였던 대형 OLED 역시 중국의 점유율이 2016년 1.1%에서 지난해엔 16.6%까지 급증한 상태다.
김용석 홍익대 신소재학과 교수는 "정보기술(IT) 제품에 쓰이는 OLED의 경우 삼성과 BOE가 1, 2년 차로 거의 동일한 기술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이제는 기술 경쟁보다는 비용 경쟁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문학적 보조금 주는 中...육성 대상서 배제한 韓
중국 기업의 급성장세 배경엔 무엇보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기업에 천문학적 보조금 외에도 기업 대출, 법인세 인하 등의 혜택을 수년간 지원해왔다. 중국 업체들의 디스플레이 생산 원가가 한국산 대비 71%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 이유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엔 정부 차원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우선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서부터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빠졌다. 이에 불거진 '디스플레이 홀대론'에 새 정부에선 뒤늦게 '110대 국정과제'에 반도체와 함께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안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인재 육성 정책이나 차세대 소재·부품·장비 개발 측면 등에서 반도체에 비해 지원폭이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박진성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기업들은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준비 상황은 미흡한 수준이다"라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 기술 개발과 지원을 선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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