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퍼시픽리솜 돌고래 '비봉이' 방류, 신중 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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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은 퍼시픽리솜 돌고래 '비봉이' 방류, 신중 또 신중해야"

입력
2022.05.17 16:40
수정
2022.05.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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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의원·어웨어·동자연·동행 수족관 고래 토론회
나오미 로즈·로리 마리노 등 해외 돌고래 전문가 참석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리솜 돌고래 쇼 당시 비봉이가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최근 큰돌고래 두 마리를 다른 시설로 무단 반출하면서 홀로 남겨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거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방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돌고래는 개체별 특성이 다르므로 이전 방류 성공과 같은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에 힘이 실렸다.

17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열린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는 퍼시픽리솜의 돌고래 세 마리를 포함 국내 수족관 고래류를 위한 대책과 바다쉼터(생크추어리) 필요성이 논의됐다.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는 22마리다. 토론회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비봉이 위성장치 달고 최소 3개월은 모니터링해야"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씨는 17일 화상 토론회에서 "고래의 방류는 신중해야 한다"며 "원서식지에 방류하지 못한다면 방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오미 로즈 제공

발제자로 나선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씨는 "비봉이는 어릴 때 포획됐고, 오랜 기간 수족관에서 사육됐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방류 시)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로즈씨는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으로 고래류를 위한 각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큰돌고래 '태지' 등 한국 돌고래 문제 자문을 위해 수차례 방한했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로즈씨는 비봉이 방류 전제 조건으로 모니터링과 재포획 준비를 꼽았다. 그는 "비봉이를 방류하려면 추적 가능한 위성장치를 달고 모니터링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며 "방류를 신중하게 결정하되 적응하지 못한다면 재포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기간은 최소 3개월, 이상적으로는 모든 계절을 거치는 1년을 제안했다.

로즈씨는 국내 남방큰돌고래 다섯 마리의 방류 성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원래 포획된 장소에 돌고래를 방류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한국은 돌고래들이 포획된 바로 그 장소에 돌려보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서식지가 아닌 곳, 속해야 하는 무리를 모르고 방류해선 안 된다"며 "(거제씨월드로 반출된)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의 방류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씨가 17일 화상 토론회에서 돌고래 방류 조건을 설명하고 있다. 줌 캡처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는 "비봉이의 방류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다만 무조건적 방류가 아니라 방류 시도 과정에서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류가 어려운 수족관 고래류에게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암수 분리 사육, 환경 개선, 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시픽리솜 세 마리를 모두 방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호반 퍼시픽리솜이 비봉이를 방류할 의사가 있다"며 "아랑이는 일본 다이지가 아닌 한반도 해역에서 서식하는 큰돌고래로 방류가 가능하다. 세 마리 모두 방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족관 고래류 위한 대안 바다쉼터... 적절한 지역 선정이 관건

로리 마리노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대표는 방류할 수 없는 고래류를 위한 대안으로 생크추어리(바다쉼터)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류하지 못하는 수족관 돌고래를 위한 방안으로는 바다쉼터가 거론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로리 마리노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대표는 "방류하지 못하는 고래류를 위해 생크추어리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는 캐나다 남동부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 벨루가(흰고래)·범고래 생크추어리를 짓고 있으며 내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마리노 대표는 기온, 수심, 해수 흐름, 해양 환경 등 물리적 측면과 지역 주민의 지지 등 사회적 측면에서 생크추어리의 지역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바다쉼터는) 40만5,000m²의 넓이에 벨루가 여덟 마리, 범고래 세 마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벨루가 두 마리를 데려오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크추어리는 최대한 자연 환경과 가까운 환경에서 고래류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의 자율성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 지어질 고래를 위한 생크추어리. 넓이가 약 40만5,000m²에 달한다.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도 바다쉼터 조성이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 실장은 "바다쉼터 설립을 위해서는 근거, 운영 지원, 자금 조달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사는 "바다쉼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라도 고래류를 좀 더 나은 시설로 이관해 야생 환경 적응 훈련을 거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용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사무관은 "3년 동안 바다쉼터 대상지를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적당한 지역을 선정하지 못했다"며 "올해 별도의 연구 과제를 통해 바다쉼터 대상지 선정 등을 진행하고 내년도에는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족관 돌고래 보호 내용 담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통과돼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홀로 살고 있는 벨라가 유리창에 다가와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수족관 돌고래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응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래 올라타기, 만지기 등 부적절한 행위를 법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며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노웅래 의원은 "돌고래는 도구가 아니라 생명"이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을 사실상 학대하는 행위가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며 "인도적이고 안전한 돌고래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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