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전 대만 살았던 중국계 데이비드 초우
경찰 "대만 살 때 안 좋은 기억이 영향 미친 듯"
교회 문 잠그고 사제 폭탄 설치하기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라구나우즈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범인이 대만을 혐오하던 중국계 미국인으로 밝혀졌다. 현지 미국 경찰은 이번 사건을 태평양 건너편 양안 갈등에 영향을 받은 정치적 증오 범죄로 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을 종합하면 전날 라구나우즈 제네바 장로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1명을 죽이고 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의 범인으로 중국계 이민자 데이비드 초우(68)가 검거됐다.
초우의 차량에선 대만인에 대한 혐오와 '대만은 독립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적은 노트가 발견됐다. 토드 스피처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검사는 초우가 1948년 이후 중국에서 추방돼 대만에 정착한 가정 출신이라고 밝히며 "그가 대만에서 살 때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이때부터 대만에 대한 혐오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당국은 중국과 대만 간 정치적 갈등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체적 범죄 정황도 드러났다.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던 초우는 범행 당일 교회로 차를 몰고 가 예배 시간에 도착했다. 그는 예배당 안에서 2시간가량 신문을 읽으며 기다리다가 신도들이 예배를 끝내고 점심을 다 먹어갈 때쯤 쇠사슬과 초강력 접착제, 못 등으로 문을 막기 시작했다. 교회 내부에 화염병 같은 사제 폭탄 4개도 설치했다. 이후 총격을 가해 의사 존 쳉(52)을 숨지게 하고 60~90대 노인 5명을 다치게 했다.
사망한 쳉은 범인의 무기를 빼앗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총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돈 반스 오렌지카운티 보안관은 "범인이 쳉을 쏜 후 총이 작동하지 않는 틈을 타 다른 신도들이 범인을 제압할 수 있었다"며 "쳉이 수십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
초우의 이웃 주민이었던 밸모어 오렐라나는 AP통신에 "그가 활발한 사람이었지만, 지난해 소유한 아파트를 팔고 부인이 대만으로 떠난 후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렐라나는 "지난해 여름에도 초우가 집 안에서 총을 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고, 최근 몇 달 동안 정신이 점차 퇴화했다"고 설명했다.
초우는 현재 살인 1건과 살인미수 5건, 폭발물 소지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에 대한 증오범죄 수사를 개시했다. 초우에 대한 공판은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는 성명을 내고 "슬픔에 잠긴 희생자 가족과 대만계 미국인 공동체와 함께한다"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AP통신에 "중국 정부는 폭력사태를 지속해서 규탄해 왔다"며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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