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량 안보 위기 때문"
3~4월 폭염으로 예상보다 수확량 크게 줄어
"인도 밀 수출 중단, 식량 보호주의 가중" 비판도
전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가 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폭등한 곡물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전날 밀 수출을 즉각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대외무역총국은 밀의 국제가격 상승으로 인해 "인도와 이웃국가, 다른 경제 취약국의 식량안보가 위기에 처했다"고 금지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날 전에 취소불능 신용장(ICLC)을 개설했거나 인도 중앙 정부의 허가를 받은 국가의 경우 수출을 허가한다고 예외를 뒀다.
이번 조치가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경제 취약국들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밀 수출량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2월부터 전쟁을 치르면서 밀가루를 비롯한 밀 가공품 가격은 줄줄이 올랐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가격은 톤당 407달러로, 밀 가격이 톤당 400달러를 넘은 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의 (수출) 금지가 가격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 밀 생산량 2위인 인도가 부족한 밀 수출량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도 정부도 2022~2023 회계연도의 밀 수출 목표를 1,000만 톤으로 잡고 인도네시아와 모로코, 튀니지 등 9개국에 무역대표단을 파견해 밀 수출 확대를 상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는 지난달 작년 동기 대비 5배가 넘는 140만 톤의 밀을 수출했다.
하지만 지난 3~4월 폭염으로 인해 인도의 밀 수확량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인도 대표 곡창지대인 펀자브주(州)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선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0~50%가량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적인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인도 정부의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인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년 만에 최고치인 7.79%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밀 수출 중단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작된 식량 보호주의가 더 확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중단했고 이집트와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등도 곡물 수출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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