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유엔대사, 안보리 회의서 강한 발언
CVID도 첫 언급... 박진 "기본 돌아가겠다"
두 달 만에 확 바뀐 메시지... 尹 기조 반영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제사회에 ‘한반도 외교’의 기조 전환을 선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인도적 위기’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언급한 것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를 꺼렸던 이슈들이다. 북한의 도발과 인권침해에 강한 대응을 공언했던 새 정부 의지가 그대로 투영됐다는 평가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북한 정권이 끔찍한 인도적 상황을 겪고 있는 자국민들을 희생시키면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규탄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일이 함께 요청해 소집됐다.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해당사국으로 표결권 없이 토의에 참석했다.
특히 조 대사 연설 중 북한의 인권침해 비판이 눈에 띈다. 인권 및 인도적 상황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라 전임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김정은 정권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는 한반도 평화 의제와 별개라고 본다. 남북 냉각기가 길어지더라도 인권만큼은 강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연설 말미 “북한이 CVID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려는 우리 노력에 호응하기를 촉구한다”는 대목도 주목된다. 고강도 핵 폐기를 요구하는 CVID 역시 북한이 거부감을 드러내온 용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조차 대화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 CVID 대신 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썼다. 반면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법론으로 CVID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도 이날 “(CVID는) 안보리 결의안에 예외 없이 들어가는 내용”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표현은 달라졌지만 모두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외교가는 메시지의 변화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권 교체 전인 3월 25일 조 대사의 안보리 공개회의 발언과 비교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그는 당시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사용했고, 인도적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두 달 전과 달리 이번 연설에선 대화 재개 관련 비중도 눈에 띄게 줄었다.
관건은 새 정부의 달라진 기조가 만들어낼 결과물이다. 가령 대북 인권 비판 수위를 계속 높일 경우 한반도 위기지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CVID 해법 수용 여부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 외교방향의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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