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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해법 놓고 의견 갈린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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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해법 놓고 의견 갈린 서방

입력
2022.05.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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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크라, 러시아 약화·우크라 영토 회복 목표
유럽, 전쟁 이전 상태 원해… 푸틴과 대화 강조
군사력 대결 vs 외교적 타협… 서방국 '동상이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나레바 베어복(가운데) 독일 외무장관과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나레바 베어복(가운데) 독일 외무장관과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새 두 달 반을 넘어가면서 국제사회가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토 야심을 단념하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전제는 같지만, 구체적 해법을 두고는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은 단일대오를 유지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부에서 마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어느 수준까지 군사적 성과를 거둬야 종전을 위해 타협할 수 있는지 각각 셈법이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장이 동부 돈바스로 옮겨간 뒤로는 수세에서 공세로 전략을 변경하고, 지원 무기도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바꿨다. 우크라이나군이 화력 열세에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행위를 다시는 못 하도록 약화시킬 것”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향후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요인을 이 참에 뿌리 뽑겠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도 ‘부차 학살’을 목도한 이후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대학과 언론계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연설에서 “러시아가 빼앗은 모든 것을 되찾을 때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전 이후 함락당한 영토뿐 아니라,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까지 수복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 간 담판을 재차 촉구하면서도 “민간인 학살을 마주할 때마다 외교적 해결 의지가 줄어든다”며 군사적 해법에 무게를 두는 듯한 언급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마리오 드라기(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반면 유럽은 끝없이 물자를 쏟아붓는 소모전을 피하려 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실어 나르고는 있지만, 확전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다. 일단 양측이 휴전을 하거나, 러시아군이 개전 직전 상태로 철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푸틴 대통령과 외교적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러시아가 굴욕감을 느끼면 오히려 더 폭주해 유럽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연설에서 “우리는 굴욕이나 복수의 유혹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며 “그러한 행위는 과거에도 평화의 길을 황폐화시켰다”고 역설했다. 또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자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유럽 대륙에 평화를 되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보다는 한층 유화적 태도다. 프랑스 외교 당국자는 NYT에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고 대(對)러시아 제재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려 하지만 프랑스는 협상을 바란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전략적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동시에 평화 회담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승리를 추구해선 안 된다. 승리는 규정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것이 승리겠지만 다른 나라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있나”라며 현실론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는 돈바스를 넘어서는 목표를 성취하려 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식량난과 인플레이션, 에너지 대란을 겪으면서 결속력이 약해지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는 “헤인스 국장은 휴전이나 러시아군 철수, 외교, 우크라이나 중립화, 서방의 안보 보장 등 유럽이 관심을 가진 주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유럽 간 ‘동상이몽’을 꼬집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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