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저런 그립은 처음 봅니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신기해 한 배트 그립의 주인공은 한화의 2년차 유망주 내야수 정민규(19)다. 왼손 검지를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깍지 끼워 두 손을 걸어주는 방식으로 손 모양만 보면 영락없는 골프의 인터로킹 그립이다.
방망이를 잡는 법은 선수마다 천차만별이다. 길게, 짧게는 기본이고 배트 노브(knobㆍ손잡이쪽 둥근 부분)를 활용한 여러 방법까지. 하지만 골프 클럽을 쥐듯 손가락끼리 연결하는 그립은 본 적이 없다.
정민규에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그립이라고 한다. 그는 11일 잠실 LG전을 마친 뒤 "골프는 배워 본 적도 없다"고 웃으며 "고등학교에 올라가 검지손가락을 살짝 떼고 쳤다가 코치님의 조언으로 다시 방망이를 양손으로 꽉 잡고 쳐 봤다. 그런데 뭔가 스윙이 불편하고 감기는 느낌이 있어서 우연히 이런 그립을 고안했는데 그때부터 잘 맞아 계속 유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에 입단해서도 코칭스태프는 그런 정민규를 존중해줬다. 정민규는 "작년에 퓨처스리그에서도 코치님께서 일반적인 그립이 더 안정적이지 않겠냐고 해서 시도를 해봤다가 역시 잘 안 돼서 돌아왔다. 지금은 주위에서 별 말씀 안 하신다"고 했다.
자기만의 방식을 인정받은 건 타격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민규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적응기를 거친 뒤 올해 시범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타율은 0.182에 그쳤지만 홈런 1개, 2루타 2개를 포함해 10타점을 올리며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1루수로 출전했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2군에 내려갔다가 지난 7일 다시 호출됐다. 그리고 11일 LG전에 9번 1루수로 선발 출전, 5회초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정민규는 "평범하지 않은 배트 그립이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나에겐 가장 맞는 것 같다"면서 "성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아직 1군에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수에서 적극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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