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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윤 대통령의 '반지성주의', 미국 신보수의 언설 잘못 베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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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윤 대통령의 '반지성주의', 미국 신보수의 언설 잘못 베껴"

입력
2022.05.11 09:00
수정
2022.05.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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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극우 인사의 캠퍼스 강연 취소케 하거나
백인 우월주의적 '고전' 상대화시키는 게
반지성주의... 한국의 맥락과는 맞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반지성주의'가 미국 신보수의 언설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이 반지성주의를 본래의 맥락과 맞지 않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반지성주의' 타령은 미국 신보수의 전형적인 원 풀이 방식"이라며 반지성주의의 유래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예컨대 극우 인사들의 캠퍼스 강연을 취소케 하는 학내 운동이라든가,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이 녹아든 각종 '고전'들을 상대화시키려는 운동 등은 (미국 신보수의 입장에선) 다 '반지성주의'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실은 "'반지성'이라기보다는 기득권 지배의 도구가 된 거짓 '지성'에 대한 반격의 시도"라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이런 맥락의 반지성주의는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달리 이미 학생 운동도 거의 죽은 상태고 학내 '(강연 등의) 취소 문화'가 강한 편도 아니고 윤 대통령 본인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별 저항을 받지 않고 이런저런 캠퍼스를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의 언설을 그대로 베껴 '반지성주의' 타령한다"며 "한국 극우파들이 아직 독자적 언어 하나 만들지 못하고 남들의 언어를 전유해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과거 극우가 '총화단결', '정신문화' 등 일본 극우파의 언설을 차용하더니, 지금은 미국 우파 내지 극우파를 그냥 베낀다는 지적도 더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 대통령은 전날 취임 연설에서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진영 대결, 그것이 낳은 팬덤 정치와 편가르기를 반지성주의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반지성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과학과 진실을 전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타협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제시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미국의 반지성주의(1963)

미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복음주의가 반지성주의의 바탕이 됐고 뉴딜 이후 불어 닥친 반공산주의 열풍(매카시즘), 1952년 공화당의 대선 승리라는 우경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지성에 대한 경멸'이다. 책은 1964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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