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 재연, 음악·연출·배우진 모두 새롭게
초연 이어 다시 우석 역으로 서는 최재웅
"3대가 같이 볼 공연…기억에 남을 멜로디"
"원작이 전 국민이 아는 드라마잖아요. 부담도 있지만 초연 당시 기억이 매우 좋았어요. 70대까지도 생소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니까. 그런 점이 참 좋게 느껴졌어요."
1995년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연출도 음악도 새 단장을 하고 출연진도 대부분 새 얼굴로 바뀐 이번 시즌에서, 다시 한번 검사 우석 역(드라마에선 박상원이 연기)을 맡은 배우 최재웅(43)을 지난 6일 서울 중구 연습실 인근에서 만났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한 이유는 단순했다.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손주까지 3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어서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8세 이상 관람가 공연이다.
배우로서 유명 원작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는 "정해진 틀, 대본 안에서 충분히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김동연 연출과 박해림 작가 등 창작진의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고민의 결과, 이번 시즌 공연은 음악도 대본도 초연과는 많이 달라졌다. "원작이 있으니까 똑같은 재료를 다르게 요리하는 것과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초연을 본 관객이나 드라마만 본 관객이 각자 서로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최재웅이 꼽은 작품의 매력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선율의 음악이다.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박정아와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 '마마 돈 크라이' 등을 통해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사이. 배우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쓴다는 박정아 감독은, 최재웅 목소리의 장점을 저음과 매력적인 톤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의 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명장면으로는 역시 마지막 대목을 꼽았다. 최재웅은 "초연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고 그다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엔딩"이라고 설명했다. 뒤집으면 새로운 시작인 제목 '모래시계'의 의미를 잘 표현해낸 장면이라는 부연도 이어졌다.
5년 사이 가장 큰 변화를 묻자 그는 "막내에서 큰형이 됐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2017년 초연 당시 자신보다 한두 살 형들인 박건형, 강필석과 함께한 우석 역을 이번에는 남우현(31), 송원근(40)과 번갈아 맡아 무대에 선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냐는 물음에 "다 알아서 잘하니까 특별히 말하는 건 없고 농담만 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초연부터 함께해 온 그의 존재는 후배들에게 큰 버팀목이 된다. 태수 역(드라마에선 최민수가 연기)을 맡은 조형균은 "뮤지컬 '시라노' 때부터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여서 함께 연습하는 과정이 좋고 든든하다"고 귀뜸했다.
최재웅은 2003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드라마 '비밀의 숲' 등에서 열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그사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으로 신인남우상(춘사영화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도 받으면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룬 것이 적지 않지만 그는 "큰 공백 없이 꾸준히 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웬만해선 떨지 않는 배우지만 최근 그를 바짝 긴장하게 하는 무대가 있었다. 여덟 살 딸이 처음 아빠의 공연을 보러 온 날이다. "전작이 '곤 투모로우'였는데, 정작 딸은 어두운 공연장에 총소리까지 들려서 무서웠다고만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떨렸는데." 20년간의 연기 생활로 이제는 '내가 잘해야지'라며 욕심내기보다 관객석에 앉아서 기다릴 때 설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진다는 그는 "시야가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공연은 이달 26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태수 역에는 민우혁·온주완·조형균, 고현정이 연기한 혜린 역은 박혜나·유리아·나하나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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