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차, 르노코리아차 2대 주주로 올라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선 중국산이 31.4%
중국의 최대 민영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그룹이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인수와 함께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르노코리아차와 합작으로 끌어올리면서 본격적인 국내 친환경차 시장 진입까지 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차는 10일 지리차그룹 산하 오토모빌홀딩스가 르노코리아차 지분 34.02%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차의 신규 주식이 발행되면 오토모빌홀딩스에서 이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지분 인수가 진행될 예정이다. 주당 가격은 5,818원으로, 총 매입액은 약 2,640억 원이다. 르노코리아차의 기존 지분 구조는 르노그룹 80.04%, 삼성카드 19.9%, 임직원들 지분인 우리사주(0.06%) 등으로 구성됐다. 신규 주식 취득 방식을 거치면 이들 두 곳의 주식 수는 변함없이 지분율만 낮아지면서 지리차가 르노코리아차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번 지분 인수는 르노코리아차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르노차와 지리차가 올해 초 발표한 친환경 신차 개발 협력의 연장선이다. 당시 두 업체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지리차 산하 볼보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CMA)에 르노의 외관 디자인이 합쳐진 하이브리드차를 2024년부터 르노코리아차 부산공장에서 생산키로 결정했다.
지리차는 그동안 국내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왔다. 앞서 지리차와 한국 자동차부품업체인 명신은 국내 전기 상용차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 6월부터 군산공장에서 전기 화물차 ‘싱샹’을 생산하기로 합의했고, 볼보와 지리차가 합작한 전기차 ‘폴스타2’는 지난 1월 사전예약 개시 일주일 만에 연간 판매 목표량(4,000대)에 도달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리차의 국내 친환경차 시장 진출 배경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킬 경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란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으로 요약된다. 특히 합작 형태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까지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리차와 르노코리아차의 합작품이 성공할 경우,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도 중국산 브랜드 진출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산 브랜드는 이미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상태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한 전기버스는 2,838대인데, 이 중 중국산 차종은 31.4%인 890대에 달했다.
하지만 지리차와 르노코리아의 합작품이 현대차·기아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포함해 뛰어난 성능의 전기차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다가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리차는 중국 현지에서 가성비가 좋은 차라는 이미지가 많은데 국내에선 현대차·기아가 가성비 면에서 좋은 모델들을 이미 많이 내놨다”며 “지리차와 르노코리아차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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