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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신고 요양시설 노인들, 종일 침상에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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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신고 요양시설 노인들, 종일 침상에 묶여 있었다

입력
2022.05.09 17:00
수정
2022.05.09 17:19
0 0

입소자 양팔, 압박붕대로 종일 침상 모서리 결박
노인보호기관 폭행 건 조사하다 CCTV 장면포착
7명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 '기소의견' 검찰 송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양보호사의 입소자 폭행과 조직적 은폐 주장이 나온 경북 영덕군 요양시설에서, 종사자들이 환자들을 침상에 묶어 놨다가 노인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시설의 학대 행위는 요양보호사 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경북동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건물 내부의 폐쇄회로(CC) TV를 돌려 보다 우연히 환자들이 결박된 장면을 포착하면서 알려졌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영덕경찰서는 올 3월 말 A재단 산하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와 간부 직원 등 7명을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뒤 지난달 2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입소자의 신체 일부를 24시간 결박해 움직일 수 없도록 하거나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폭행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온 경북동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시설에 설치된 CCTV를 돌려 보다가 결박한 모습을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학대를 당한 입소자들은 콧줄로 영양식을 공급받거나 소변줄을 꽂고 생활하는 와상 환자들로, 몸부림이 심하면 줄이 빠질 수 있어 잠시 묶어둘 수 있다. 대신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면 욕창 등이 생길 수 있어 2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그러나 시설 CCTV를 보면 환자들이 24시간 결박돼 있었다.

공익신고자는 “압박붕대로 노인들의 양팔을 침상 모서리에 묶었다”며 “환자들이 무척 고통스러워했고 얼마나 오래 묶어놨는지 붕대를 풀어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는 지난 2월 같은 시설의 요양보호사 B씨가 상습적으로 입소자들을 때리고 시설에선 “어르신이 떨어져 다쳤다”며 은폐를 시도하자, 경북동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알렸다. 신고자는 B씨는 지난해 7월 90대 후반 입소자의 얼굴 등을 때렸고, 지난해 11월에도 80대 후반 입소자가 기저귀를 교체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며 하의를 벗긴 채 엉덩이를 때리다 동료들에게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경북 영덕군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인 90대 입소자의 발목(왼쪽)과 얼굴(오른쪽)에 멍이 들어 있다. 공익신고자는 이 상처가 시설 요양보호사의 폭행으로 생겼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 제공

경북 영덕군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인 90대 입소자의 발목(왼쪽)과 얼굴(오른쪽)에 멍이 들어 있다. 공익신고자는 이 상처가 시설 요양보호사의 폭행으로 생겼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 제공

B씨는 폭행 가해자로 지목돼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지만, 돌연 일을 그만뒀고 실업급여 수급 자격까지 얻게 돼 논란이 일었다. 영덕참여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월 23일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재단이 폭행 사건을 숨기기 위해 가해자에게 징계는커녕 자발적 퇴사로 임금을 보전해 주고 실업급여를 받도록 해주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시설 측의 은폐와 영덕군의 봐주기 행정 때문에 인권유린과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설에선 2019년 11월, 노인 이모씨가 요양보호사 김모씨에게 이마가 찢어질 정도로 맞는 일이 있었다. 2017년 8월엔 요양보호사가 입소자를 상습적으로 때려 상해를 입혔지만, 신고는 피해 노인 가족에 의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공익신고자는 “시설 측에서 직원들에게 ‘노인 학대가 한 번만 더 적발되면 (시설) 문을 닫게 된다’며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면서 계속 회유하고 있다”며 “수사기관과 보건복지부가 철저하게 조사해 더 이상 입소자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설 내 학대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요양보호사 B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입소자들을 때린 사실이 없고 폭행하지 않았으며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조사를 피하려고 관둔 게 아니다”라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자식들도 쉬도록 권유해 그만뒀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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