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의제 크게 다룬 기획 작년보다 부족
널리 사용되는 '검수완박' 용어 조심히 써야
인사관련 기사 제목 다소 날이 서있기도 해
한국일보 3040뉴스이용자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8층 회의실에서 3월과 4월 한국일보 지면과 온라인 뉴스플랫폼에 실린 뉴스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나연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위원장),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우미연 우리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040뉴스이용자위원회 위원들과 이충재 한국일보 주필, 한창만 한국일보 지식콘텐츠부 부국장(위원회 간사), 양홍주 한국일보 디지털기획부문장이 참석했다. 위원들 가운데 이혜정 한국리서치 부장과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보고서 제출로 참석을 갈음했다.
오세욱
한 달 동안 진보와 보수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모두에서 한국일보 기사 및 칼럼(예를 들어 4월 9일 '닥치고 한미동맹이라는 자살골')을 놓고 자신들의 논지를 증명하는 근거로 거론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중도를 지향하는 한국일보의 보도 성향을 볼 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선에 이어 곧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그 어느 해보다 기삿거리가 넘치는 때라고 본다. 이러한 와중에 '중간 착취의 지옥도'와 같은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여러 사회적 의제를 던져왔고, 그냥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고 있어서다. 고연봉에 대한 환상만 알려져온 개발자들의 이면을 지적한 기사(4월 12일 '귀하신 몸 개발자도 월급 450만원 중 280만원 떼였다')는 의미 있는 보도였다.
하지만 대선 등 큰 정치 이벤트 때문인지, 지금까지 올해 나온 기획기사 가운데 지난해만큼 사회적 의제를 크게 담은 기사를 찾기 힘들었다. '민주당 쇄신 길을 묻다' 시리즈와 같은 시의성이 큰 기획이 간간이 있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기획은 2개의 꼭지로만 다뤄 아쉬웠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좀더 시민의 삶에 가까운 내용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는 기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우미연
국회에서 진행된 검찰개혁법안 통과 과정을 보도하면서 자주 등장한 '검수완박'이라는 용어를 놓고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측은 "해당 법안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는 용어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어 보도하기 편리한 점이 있으나 편파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박탈'이라는 단어가 주는 '빼앗다'라는 어감을 고려한다면 더욱 '검수완박'이라는 용어 사용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4월 6일부터 5차례에 걸쳐 보도한 '교통사고 부장검사 불기소 사건' 기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찰의 의견, 유사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의 의견, 처벌이 이뤄진 전례 등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기사에 첨부된 인포그래픽도 독자들의 이해도와 집중력을 한층 높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 기사 중 하나가 한국일보 홈페이지의 '검찰 수사권 완전 독립' 카테고리에 포함돼 해당 사건을 근거로 해 '검수완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보일까 우려된다.
이나연
4월 6일부터 실린 지방자치단체 평가 기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공공서비스를 평가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공급자 위주의 기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수활동비 구조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4월 11일 기사는 김정숙 여사의 옷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쓰여 시의적절했다. 다만 특수활동비를 운영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지 않아 아쉬웠다. 개발자들의 중간착취를 다룬 기사는 일부 표현에서 과도한 일반화를 자제했더라면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관련 기사(예를 들어 4월 14일 '이번엔 한동훈만 보였다')들을 보면 일부 제목이 다소 단정적이고 날이 서있었다. 제목이 독자를 불편하게 하거나 화나게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점잖은 제목을 보고 기사를 더욱 신뢰한다.
이혜정
왕태석 선임기자의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는 완성도 높은 사진만으로도 별다른 설명 없이 감흥을 주는 콘텐츠이다. 울진 산불이 진화되는 과정에서 태양과 헬기를 담은 사진, 화마가 지나간 잿더미 위를 나는 나비 사진은 그 이미지만으로 당시의 어려움과 희망을 오롯이 전해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너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슈에 대한 팩트 전달은 물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편파적이지 않게 제시해준다. 이 코너를 보면 '내 의견은 어느 쪽인가'라고 한 번쯤 고민할 기회가 생긴다.
이준영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연재된 기획기사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당신에게' 시리즈는 상반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틈새를 연결해주는 작업이 의미 있음을 보여줬다. 온라인 확증편향의 필터 버블(filter bubble·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 시대에 양극단의 입장과 시각을 이해하고 연결해주는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칼럼 '2030의 정치학'은 한국 정치, 한국 사회에 대한 2030세대의 시선을 반영하고자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향후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2030의 시각을 보여주는 코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정치 칼럼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게 기획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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