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연봉 절반, 실력은 비슷' 동남아 개발자로 눈 돌리는 기업들

알림

'연봉 절반, 실력은 비슷' 동남아 개발자로 눈 돌리는 기업들

입력
2022.05.10 04:30
수정
2022.05.11 08:48
12면
0 0

지난해부터 '판교발 연봉 인상 러시'
중견기업들 IT 개발자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준수한 실력에 연봉은 절반...노무 문제도 없어
"이미 미국, 서유럽에서는 해외 채용 보편화"

슈퍼코더 해외 개발자 원격 인터뷰 장면. 슈퍼코더 제공

슈퍼코더 해외 개발자 원격 인터뷰 장면. 슈퍼코더 제공

"올해 2월부터 개발팀을 새롭게 꾸렸는데, 정작 개발자를 구하지 못했어요.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국내 정보보안업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올해 초 기억을 악몽에 비유했다. 경기 판교 지역 내 정보기술(IT) 업계에 한창 불어닥쳤던 개발자 연봉 인상 바람에 쓸 만한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던 탓이다. 신입 개발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IT 업계 대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 수준으로 올라가면서다. 대안으로 고려한 외국인 개발자 충원도 초반엔 의사소통과 개발역량 검증 등을 우려한 내부 목소리로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당장 사업 차질은 막아야 했던 그는 "딱 1년 만이라도 채용해보고 최종 판단을 해보자"며 구성원 설득에 나섰고,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개발자가 없는 극한 상황에서 베트남과 인도 개발자를 채용했는데, 의외로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며 "앞으로 6~7명의 해외 개발자를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라며 흐뭇해했다.

최근 치솟은 몸값에서 불거진 IT 개발자 인력난에 해외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 비해 몸값은 절반 수준이지만 준수한 실력의 동남아 개발자를 직접 뽑거나 일부 프로젝트를 해외에 맡기는 형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빠르게 정착된 원격근무도 해외 개발자 확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각물_IT개발자 초봉 현황

시각물_IT개발자 초봉 현황


'네카쿠라배' 초봉 5000만 원 VS. 베트남 개발자 2500만 원

9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3~4년차 개발 인력의 경우 연봉은 2,000만~2,500만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국내 IT 업계 간판 기업인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의 초봉이 5,000만 원 이상에서 형성된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트남 개발자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베트남 개발자를 국내 기업에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인 슈퍼코더의 조범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밀려드는 채용 문의에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17개 기업 30명 이상 채용이 마무리됐으며, 대기 중인 채용 인력만 3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베트남 개발자들의 실력도 안정적이란 평가다. 쿠팡 출신인 조 COO는 "전 세계 개발자 실력을 겨루는 '해커랭크' 순위에서 한국이 22위 했는데 베트남은 23위를 했다"며 "쿠팡에서 겪었던 주니어급 개발자들과 비슷한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감한 노무와 관련된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부분도 해외 채용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IT 업계에선 고착화된 노조 리스크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조 COO는 "노무 계약은 회사(슈퍼코더)에서 전담하고, 국내 기업은 우리와 서비스 계약을 맺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유망 개발자 직접 키우기도"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베트남 비주얼 스튜디오(NCSOFT Vietnam Visual Studio). 엔씨소프트 제공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베트남 비주얼 스튜디오(NCSOFT Vietnam Visual Studio).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게임 제작시 가장 많은 인적 자원 투입이 필요한 그래픽 작업의 외주 의존도는 높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다. 게임 기획이나 프로그래밍보다 기술 유출에 대한 부담도 적다 보니,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최근엔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업체에 그래픽 작업까지 맡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보통 게임사 개발인력의 30% 정도가 그래픽 관련된 비중이다"며 "그만큼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동남아 IT 업계의 개발력이 향상되면서, 현지의 우수 인재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엔씨소프트는 아예 지난 2020년 베트남 호찌민에 그래픽 전문 개발사 '엔씨 베트남 비주얼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엔씨소프트는 현지 3차원(3D) 애니메이터와 아트 디자이너 등을 직접 채용해 다양한 신작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 등 제조기업들이 베트남, 중국의 값싼 노동자를 찾았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구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현지 개발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문화된 해외 스튜디오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인도, 서유럽→루마니아..."해외 채용 확대될 것"

전문가들은 IT 업종을 넘어 전 산업군에서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 만큼, 해외 개발자 채용 규모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 세계 개발자를 원격으로 채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타트업인 안델라의 경우엔 창업 2~3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에 올라설 만큼 주목받고 있다. 해외 채용이 활발한 쿠팡의 경우 국내 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역 인력만 1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에선 콜센터 등 일부 업무를 인도 인력을 통해 해결하고, 서유럽 국가들은 루마니아 개발자에게 업무를 맡겨 왔다"며 "제조업과 달리 인프라가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개발인력난이 심화될수록 해외 채용 흐름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IT개발자 부족 현황. 한국일보

국내 IT개발자 부족 현황. 한국일보


안하늘 기자
송주용 기자
이승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