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신청, 1년 전比 57% 증가
스타벅스 애플 등 곳곳서 설립 추진
인력난·업무 악화에 소득 감소 영향
미국 기업에 노조 설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난에 업무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노동운동이 전환기를 맞은 데 따른 움직임이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점도 노조 결성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출된 노조 대표자 자격 인정 청원은 전년 동기보다 57% 급증했다. 특히 이 기간 글로벌 기업에서 첫 노조가 탄생했거나, 설립 시도가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미 뉴욕주(州) 버펄로의 한 매장에서 50년 만에 첫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250여 개 매장이 추가로 노조 설립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54곳이 공식적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그간 ‘무(無)노조 경영’을 누려온 미국 아마존도 지난달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사상 첫 노조 설립에 성공했고,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소매점인 애플스토어 역시 뉴욕, 애틀랜타, 볼티모어 등에서 직원들이 노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고, 블리자드 등 게임 업체에서도 설립이 추진 중이다.
노조 결성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노동자의 입김이 세지는 변화상을 반영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 내 노동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고, 노동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기업들의 인력난은 절정에 달한 상태다. 이달 3일 미 노동부는 3월 기업들의 구인건수가 1,155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발적 퇴사자 수 역시 454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세계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노동조합 설립 열기에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지갑이 얇아진 직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방송은 이밖에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미국 정치 환경 △과거보다 높아진 국민들의 노조 지지율 등을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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