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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앞에 놓인 반도체 위기론

입력
2022.05.1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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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성 제고 등 경제안보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 우리가 군사 안보와 반도체 장비 및 설계 소프트웨어 등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적절한 선택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선택이 갈등 상황의 종료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임을 인식하면서 위기를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부문에서 예상되는 첫 번째 위기는 중국과 관련된다.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한국 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것을 이제까지 중국 측이 드러나게 견제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역시 반도체 굴기를 위해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 및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확대되면 중국 측 압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와 대응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중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많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반도체 이외에도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때, 혹은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제한될 때,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품목들이 많다. 물론 중국이 치러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러한 카드들이 쉽게 쓰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갈등 시기의 경험을 소환해보면, 새 정부는 중국이 이러한 카드들을 쉽게 쓸 수 없을 것이란 막연한 낙관론과 무대책으로 출발하면 안 된다.

미국을 선택한다는 것은 중국 시장 축소로 인한 위기를 관리하고, 중국 위협으로부터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며, 이에 대응하는 과제를 끌어안는 것임을 새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풀고 공동 대처해 갈 수 있는 공식, 비공식 외교 채널을 중국 내부는 물론 미국, 아시아, 유럽 국가에 넓게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위기는 미국 반도체 산업 및 정책과 관련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첨단 반도체 공정라인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대부인 모리스창 TSMC 창업주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재 TSMC 오리건 지사의 반도체 공정 비용이 대만 현지에 비해 50% 이상 초과 발생하기 때문에 자신이 회장이었다면 TSMC의 애리조나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건 대만 기업이든 한국기업이든 미국 반도체 공정 투자는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적, 전략적 요인에 의한 것이며 투자 자체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투자가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 확보 및 양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양국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셋째 위기는 한국 내부적인 것이다. 현재 미국, 중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유럽 주요 국가들 모두 대대적 반도체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나 첨단 공정에 대한 도전이 거세다. 새 정부는 경제성장은 물론 국가안보 및 외교의 주요 자산으로 부상한 반도체 및 첨단기술 부문에서 한국이 우위를 지키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국가 대전략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정부 지원정책을 제시하며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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