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 성명과 달라 사업 지장" 변경 신청
법원 "국외 장기체류·인도적 사유 해당 안 돼"
"성명 변경 폭넓게 허용 땐 신뢰도 저하" 지적
취업이나 인도적 사유가 아니라 사업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는 여권의 영문(로마자) 이름을 변경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최근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2년부터 해양에너지 분야 해외 특허를 출원하면서 자신의 이름 마지막 자 '기'를 'GI'로 표기했다. 여권상 영문 이름 표기는 'KI'였다. A씨는 2020년 여권 로마자 성명을 'GI'로 바꾸기 위해 여권 재발급을 신청했다. 특허와 여권에 기재된 영문 이름이 달라 중동 지역 등에서 특허 출원 및 등록을 못해 사업에 지장이 있다는 취지였다.
A씨는 외교부가 신청을 거부하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찾아 로마자 성명 변경을 재차 시도했지만 지난해 2월 기각됐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법 시행령상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가능 사유인 ①취업 또는 유학 ②인도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A씨는 2020년 3월까지 해외 출국 횟수가 3번, 체류 기간은 12일로 대부분 국내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여권을 장기간 사용한 사정이 없다"며 "(성명 변경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이라 인도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분별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또한 경계했다. 재판부는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에 제한을 두는 취지는 한국 여권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권에 표기된 로마자 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게 되면 한국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돼 비자 발급 및 출입국 심사 등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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