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함'을 무기로…사회초년생 애환 담은 ‘1분 뮤지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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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함'을 무기로…사회초년생 애환 담은 ‘1분 뮤지컬’을 아시나요

입력
2022.05.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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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쇼츠' 형식으로 담은 '1분 뮤지컬'
"내 얘기 아니야?" 공감 일으키는 소재에
수준급 작사·작곡 중독성 있는 음악까지
95년생 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들어 내

구독자 16만 유튜브 채널 '1분 뮤지컬'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권순용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사회초년생 어느새 삼십. 아직 작고 누추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걸."

유튜브 채널 '1분 뮤지컬'의 영상 '집들이' 속 가사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유튜브 세상 속 스크롤을 올리는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영상이 있다. 유튜브 '쇼츠'(짧은 영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1분 뮤지컬' 채널은 단 60초 안에 완벽하게 짜여진 기승전결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이거 내 얘기 아니야?" 할 만한 대학, 군대, 직장생활 등 평범한 일상 속 고민을 소재로 한다. "부장님, 저 때려치우렵니다" 하면서도 연봉 인상 이야기에 도로 "장난인 거 아시죠, 다시 한번 열심히 할게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사직서' 영상은 조회수 400만 회를 넘겼다.

자극적인 콘텐츠 대신 공감 가는 가사,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구독자 16만 명을 모은 유튜브 채널 '1분 뮤지컬' 크리에이터 권순용(27)씨를 최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을 담은 '1분 뮤지컬'의 매력은 뭘까. 권씨가 밝힌 무기는 다름 아닌 '찌질함'이다.

"사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질투, 짜증, 우울하거나 답답한 감정 등 '찌질함'을 가지고 살잖아요. 다만 그걸 표출하지 않을 뿐이죠." 이는 권씨가 뮤지컬 형식을 택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뮤지컬에서는 인물이 독백과 노래를 통해 자신의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한다. 권씨는 "누가 듣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면을 표출하는 뮤지컬처럼, 누구나 생각해봤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걸 택했다"고 했다.


유튜브 '1분 뮤지컬' 채널을 만드는 1995년생 동갑내기 4인, 권순용(맨 오른쪽부터)씨를 비롯해 촬영을 돕는 평범한 회사원, 작사 작곡 연기까지 넘치는 끼를 가진 박선우씨, 아이디어가 넘치는 천재 작사가.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상,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권씨 제공

권씨에 따르면 '1분 뮤지컬'을 만드는 이들도 "누구 하나 잘난 거 없이 찌질한 사람들"이다. 1995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10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 사이다. 군 시절을 제외하곤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청춘을 함께해 왔단다. 영상 속에서 수준급의 작사·작곡 실력이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지만 4명 모두 공대생 아니면 경제학도, 비전공자다. 다만 고교 시절 뮤지컬부나 밴드부 활동을 발판 삼아 대학 생활 중에도 함께 단편영화, 웹드라마 등을 만들어왔다. 특별한 성과가 있진 않아도 꾸준히 모여서 시사회를 여는 등 항상 열정이 닿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1분 뮤지컬'은 끝없는 도전의 결과물인 셈이다. 권씨는 "돌아보면 열심히 만들어도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 콘텐츠를 제작해왔더라"면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권씨는 "하루라도 젊을 때, 실패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하자"라는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속는 셈 치고 올린 파일럿 영상 4개가 뒤늦게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퍼졌고, 금세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영상을 10개째 올렸을 때 구독자 10만 명을 기록했다.


구독자 16만 유튜브 채널 '1분 뮤지컬'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권순용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1분 뮤지컬'은 매주 하나씩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진행하는 아이템 회의에서는 아이디어가 몇십 개씩 쏟아진다. 매번 아이템에 맞게 작사와 작곡을 나눠 맡는다. 1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최소 2시간을 촬영한다. 권씨에게 '1분 뮤지컬' 채널은 "20대인 현재, 지금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기장"이다. "30대, 40대 그 이후에는 결혼 생활, 육아의 어려움 등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나중에 영상을 다시 봤을 때 '저땐 그랬지' 하며 저희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영상을 남기고 싶어요."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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