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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조 가계빚 폭탄, 이미 현실…1인당 더 갚을 이자만 연 1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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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조 가계빚 폭탄, 이미 현실…1인당 더 갚을 이자만 연 112만원

입력
2022.05.08 2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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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고물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부채질
연말 2.25%까지 오르면 이자 23조 증가
변동금리 더 선호, 가계 부담으로 부메랑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3월 가계 대출금리(가중 평균)가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상품 광고가 실려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 3월 가계 대출금리(가중 평균)가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상품 광고가 실려 있는 모습. 뉴시스

코로나 19시기 저금리 기조를 발판 삼아 1,800조 원 가까이 부채를 늘려왔던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된 데다, 국내 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스텝에 더 오를 금리…가계 허리 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미국 기준금리가 7월까지 단숨에 1.0%포인트 오르고 연말엔 3%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스텝은 미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높인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년 3개월 동안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 인상을 통해 1.50%로 높였는데, 연말 2.25%까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최소화하고 물가를 누르기 위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 높이는 시나리오다.

기준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저금리 국면에서 1,755조8,000억 원(지난해 말 기준)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에 충격을 준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권 조달 비용 증가로 대출금리도 높아져서다.

금융권에선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기 때문에 7%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해 말 대비 1.6%포인트가량 올랐는데,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된 만큼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연말 2.25%까지 뛰면 0.5%였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증가하는 이자만 23조3,828억 원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 시 1인당 연간 이자는 16만1,000원으로 늘어난다는 한은 분석을 감안하면 연말 차주별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자의 역습, 청년·적자가구 위협

'이자의 역습'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국내 가계부채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선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대 청년 등의 2금융권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2,729억 원(1.0%) 늘어나는 등 취약차주 부채의 질이 나빠졌다.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전 연령대 통틀어 5,000명 감소한 반면 20대는 37만4,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또 소득의 98%를 빚 갚는 데 쓰는 등 여윳돈이 없는 적자가구는 전체의 17.2%인 354만 가구(금융연구원)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가계는 당장 이자가 싼 변동금리 대출을 더 선호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오히려 전달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금리가 약 0.6%포인트 높기 때문이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는 모두 가계부담으로 돌아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완만하게 서서히 올려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며 "가계는 그동안 미뤘던 원리금 상환에 나서야 하는 등 부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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