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장악 뒤 첫 행정장관 선거
단독 출마한 친중파 존 리 99% 득표로 당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전망
8일 치러진 6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본토의 낙점을 받고 단독 입후보한 존 리(중국명 리자차오·64) 전 홍콩 정무부총리가 당선됐다. 홍콩 내 반중(反中) 세력 척결에 앞장서 온 경찰 출신인 그가 홍콩 1인자에 오르며,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8일 중국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이날 행정장관 선거에는 1,461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1,428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존 리는 이 중 1,416표를 얻어 99%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행정장관 선거는 1,500명 정원인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로 치러지며, 재적 과반(751표 이상) 득표로 당선된다. 정통 행정 관료 또는 정치인이 맡아온 행정장관을 경찰 출신이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77년 경찰에 입직한 리 당선인은 홍콩판 마피아 삼합회 척결, 마약 단속 등 주로 강력 범죄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7년 경찰 수장인 보안국장에 임명됐고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로 시작된 민주화 시위를 최루탄과 고무탄을 동원해 강경 진압하며 중국 정부의 눈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 당선인은 당선 확정 뒤 회견에서 "홍콩을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홍콩의 안정 보장을 계속해서 최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홍콩과 중국의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이냐는 질문에는 "행정장관은 중국과 홍콩 모두에 대해 책임이 있고 둘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홍콩에 원하는 것과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유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본토의 의중을 실은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중파 행정장관'의 탄생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이라고 통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같은 해 9월 선거를 통해 새로 꾸려진 선거위원회는 친중파가 장악했다. 베이징이 낙점한 인물이 행정장관에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SCMP는 "홍콩에서 시민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영국과 미국 등의 비판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중국은 '스트롱맨'을 고르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 당선인은 중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고 있다. 중국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후에도 홍콩 정부에 별도 국가보안법을 자체적으로 도입할 것을 요구해 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국가보안법은 그간 홍콩인들의 반발로 제정되지 못했으나, 존 리는 그러한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야당 사회민주연선 당원 3명은 이날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투표가 진행 중인 컨벤션센터로의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 당선자는 오는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일이자 중국공산당 창당 101주년 기념일에 제6대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 5년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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