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8월 28일까지
인신공양하는 야만족. 1521년 무너진 중앙아메리카 최후의 원주민 국가인 아스테카(영어식 표기 아즈텍)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단편적 지식의 전부다. 그도 아니면 스페인 정복자를 신으로 오해해 허망하게 자멸했다는 이야기 정도일 것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월 28일까지 열리는 전시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은 우리가 몰랐던 아스테카 문명을 재조명한다. 최신 연구와 발굴조사 결과를 적극 반영, '미개하고 약한 원주민'이라는 침략자 관점에서의 왜곡과 과장을 걷어내고,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전시는 거대한 '태양의 돌'로 문을 연다. 지름 3m 58㎝, 무게만 24.5톤인 멕시코국립인류학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테카 최고 문화재를 3D로 본떠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인 아스테카의 위엄을 세우듯 전시장 초입에 자리한 '태양의 돌'은 아스테카인의 세계관을 함축한다. 7분 분량 영상도 함께 상영해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이들은 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 세상이 탄생하고, 태양이 움직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한 신에 대한 보답으로 인간 역시 희생해야 한다는 게 아스테카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신에게 인간을 바치는 인신공희가 나온 배경이다.
최근 발굴돼 이번 전시에도 나온 '촘판틀리에 진열한 두개골'은 인신공양의 명백한 증거다. 두개골 양쪽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이 두개골은 아스테카의 신전인 템플로 마요르 인근 '해골의 벽'인 촘판틀리에 죽 벌여 놓던 것이다. 전쟁포로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500여 개가 발견됐다. 정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잔인하게 보여지는 인신공양에는 세상을 지키고, 신에게 보답하기 위한 아스테카인들의 종교적 행위라는 이면이 있다"며 "한편으론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명과 국가에서 빈번했던 정치적·군사적 행위로써의 징벌적 처형·제의의 맥락도 함께 짚어야 한다"고 했다.
일방적 해석은 경계돼야 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인간의 살가죽을 입고 있는 모습의 석상 '전쟁과 재생의 신 시페 토텍'이 일례다. 산 사람의 피부를 벗기는 아스테카 제의에 대한 당시 스페인 정복자의 기록은 아스테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겼다. 실상은 직접 보고 기록한 목격담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살가죽을 벗기는 행위는 옥수수를 심기 위해 대지의 초목을 베고 태우는 것을 비유했다는 게 최신 학계의 해석이다.
아스테카는 죽음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달랐다. 서구를 비롯한 다른 문명에서 죽음이 공포, 악마와 연결됐다면 이들에겐 새로운 탄생을 뜻했다.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는 우리의 염라대왕과 달리 익살 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스테카에 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멕시코시티인 테노츠타틀란을 중심으로 중앙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로 꽃피웠던 아스테카에 대한 발굴 조사가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메시카'로 불렀고, 이는 현대의 멕시코와 그 수도 멕시코시티로 이어진다.
오늘도 새로운 단서가 계속 발견되고 있는 아스테카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을 떼게 해준다는 점에서 뜻깊은 전시다.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비롯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208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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