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말 그대로 전기차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많은 브랜드들이 전기차에 대한 다채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이며 소비자들과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완전한 도래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고, 몇몇 브랜드들은 이러한 ‘과도기’를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이를 앞둔 ‘과도기’의 존재들은 어떤 자세를 보여줄까?
이탈리안 하이 퍼포먼스의 의지를 잇는 기블리 GT 하이브리드
마세라티가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세단, 기블리 GT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전기차 시대를 위한 징검다리’와 같은 차량이다. 실제 마세라티는 ‘전동화 기조’에 있어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전기차가 중심이 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해당 전략에 따라 브랜드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기블리 GT 하이브리드는 사실 ‘완전한 퍼포먼스’를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아니다. 실제 48V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2.0L 엔진을 보조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퍼포먼스’에 집중하며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마세라티에게는 기대 이상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기블리 GT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기블리’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게 전부다. 외형에 있어서도 4,970mm의 전장이나 각각 1,945mm와 1,485mm의 전폭, 전고를 갖춰 일반적인 기블리와 다름이 없다. 이외의 요소들 역시 큰 차이가 없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차체 일부 요소에 푸른색 디테일을 더한 것 외에는 기존의 기블리와 완전히 동일하다. 실제 거대한 삼지창의 엠블럼, 날렵한 차체의 실루엣, 그리고 큼직한 여러 머플러 팁 등은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게다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세라티’는 원래 푸른색을 잘 쓰는 브랜드라 ‘하이브리드 차량’의 정체성은 더욱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실내 공간의 구성이나 연출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기블리 GT 하이브리드의 실내 공간은 일반적인 기블리와 완전히 동일하다. 새롭게 적용된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특별한 부분은 없어 되려 심심하게 느껴진다.
하이브리드의 감각에 ‘즐거움’을 더하는 ES 300h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여러 브랜드들의 우열은 쉽게 가릴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는 토요타·렉서스의 존재감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의 명가, 하이브리드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마세라티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기블리’는 정말 가장 최근에 등장한 차량이지만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미 오래 전부터 선보였고, ‘하이브리드 차량 = 렉서스’라는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습관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ES 300h는 이러한 행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차량이다. 그런데 최근 렉서스는 ES에 보다 역동적이고 즐거운 드라이빙의 매력을 부여한 사양, ‘ES 300h F 스포츠’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S 300h F 스포츠는 지금까지의 렉서스 F 스포츠가 그런 것처럼 ‘역동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F 스포츠의 여러 요소들을 더한 차량으로 ‘심심하고 보편적으로 다듬어졌던’ ES 하이브리드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실제 ES 300h F 스포츠는 기본적인 체격은 일반적인 ES와 동일하지만 시각적인 영역에서 확실한 차별화로 ‘F 스포츠’의 감성을 보다 선명히 드러낸다.
특히 ‘후지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다듬어진 RC F나 여느 F 스포츠 사양들과 같이 스포티한 감각이 돋보이는 스핀들 그릴의 디테일을 품었다. 게다가 크롬 가니시 역시 다크 크롬으로 교체되어 더욱 스포티한 모습이다.
여기에 플래그십 모델인 LS를 떠올리게 하는 유려한 실루엣과 곡선의 연출로 완성도를 제시한다. 여기에 푸른색의 차체, 그리고 스포티한 감성을 한껏 살린 19인치의 검은색 알로이 휠이 만족감을 높인다. 후면은 다크 크롬 가니시와 날렵하게 다듬은 라이팅 유닛을 더했다.
더불어 실내 공간은 더욱 대담하다. 실내 공간에는 F 스포츠 로고를 새긴 스티어링 휠을 더하고, 메탈 페달 세트, 그리고 메탈 재질의 피니시 및 붉은색 스티치를 더했다. 여기에 붉은색 가죽을 도어 한껏 더해 선명한 색상의 대비를 제시한다.
또한 1열에는 엉덩이 양끝과 허리 부분의 볼륨감을 한껏 더한 스포츠 버킷 시트를 더해 탑승자를 보다 쾌적하고 견고하게 지지한다. 여기에 레그룸, 그리고 헤드룸은 동급 최고 수준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추구한 기블리 GT 하이브리드
마세라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의지가 가득 담겼다.
브랜드가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48볼트 기반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진다. 4기통 2.0L 슈퍼차저 엔진과 e-부스터의 조합은 30마력과 45.9kg.m의 토크를 그려낸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조합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기블리 GT 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단 5.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 역시 255km/h에 이르며 우수한 성능과 효율성의 공존을 이뤄낸다.
실제 기블리 GT 하이브리드는 국내 공인 기준 8.9km/L의 복합 연비를 갖췄다.
견실한 모범적 구성, ES 300h F 스포츠
마세라티가 감각적인 매력을 계승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면 ES 300h F 스포츠는 ‘강렬한 시각적 요인’이 무색할 정도로 ‘견실하고 보편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은 모습이다.
실제 보닛 아래에는 일반적인 ES 300h 등과 같은 178마력과 22.5kg.m의 토크를 내는 2.5L 다이내믹 포스 가솔린 엔진이 배치된다. 더불어 88kW의 출력을 제시하는 전기 모터의 패키지를 통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져 시스템 합산 218마력이라는 ‘충분한 성능’을 구현한다.
여기에 e-CVT, 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더해지며 쾌적한 운동 성능을 구현한다. 참고로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ES보다는 다소 하락한 16.8km/L(복합 기준, 도심 17.3km/L 고속 16.3km/L)의 효율성을 제시한다.
강렬함에 미소 짓는 기블리 GT 하이브리드
기블리 GT 하이브리드와의 주행을 시작하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머리 속에서 잊혀진다.
말 그대로 드라이빙의 즐거움, 그리고 기블리의 ‘매력’이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꽤나 매끄럽게 그리고 시원스럽게 가속하는 차량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발진 가속,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의 가치가 돋보였다.
기본적인 성능이 우수한 것 외에도 엔진의 질감이나 사운드 부분에서도 만족감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전통적인 사운드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 ‘매력 포인트’로 제 몫을 다한다. 게다가 전기의 힘이 더해질 때의 이질감도 없어 만족감이 높았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차량임에도 날카로움을 품고 있어 조향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은 ‘마세라티다운’ 모습일 것이다. 조향 외에도 차량 전반적인 움직임에 있어 꽤나 스포티한 감각이 도드라진다. 덕분에 주행 내내 ‘즐거운 감각’을 한껏 살린다.
대신 연식변경 등을 통해 초기의 기블리보다 한층 상냥해진 매력도 느낄 수 있다. 실제 차량 전반에 걸쳐 주행 질감이나 승차감이 한층 개선되어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상황에 ‘녹아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는 하나 ‘스포티한 성향’ 주행 감각에 매몰되다 보면 생각한 것보다 뛰어난 효율성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래도 분명 체감되는 효율성은 한층 개선되었으니 전동화 마세라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ES 300h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F 스포츠
F 스포츠라는 특별함이 더해졌지만 ES 300h F 스포츠의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ES 300h와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ES 300h F 스포츠의 주행은 지금까지 렉서스가 제시해왔던 보편 타당하며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발진 가속 성능, 추월 가속 성능, 그리고 고속 주행 성능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 합산 출력 218마력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원초적인 ‘퍼포먼스’ 자체로는 F 스포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건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더불어 조금 더 강렬한 사운드를 전하지도 않은 점이 내심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약간의 즐거움은 마련했다. 새롭게 마련된 휠과 타이어, 조향 및 차체 셋업을 소소하게 개선하며 기존의 ES 300h 보다는 분명 민첩하고 경쾌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속도를 높이며 이내 ‘아 ES였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운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ES F 스포츠는 일상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ES가 제시했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용납할 수 있는 소소한 일탈’이라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선을 끄는 과도기의 조각들
대다수의 차량들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일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분명 과도기의 조각으로 시선을 끌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훔칠지 모른다. 때로는 이러한 모습들이 아쉬움을 주기도 하겠지만 시대의 흐름이 분명 우리에게 더욱 매력적인 차량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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