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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 있고 호탕한 배우” 평가… 정작 “눈물 많고 겁 많다”했던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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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 있고 호탕한 배우” 평가… 정작 “눈물 많고 겁 많다”했던 강수연

입력
2022.05.07 19:22
수정
2022.05.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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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별세 '월드 스타' 강수연 스크린 안팎 면모

7일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시절이던 2015년 10월 21일 모습. 고인은 해외 출장을 앞두고 김포공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고인은 큰 짐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7일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시절이던 2015년 10월 21일 모습. 고인은 해외 출장을 앞두고 김포공항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고인은 큰 짐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단 있는 배우.’ 7일 오후 56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의 생전 이미지다. 고인은 촬영 현장에서 적극적이며 치열하게 연기를 해낸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촬영장 밖에서는 주변인들을 챙기며 영화계 일에 스스럼 없이 나선 영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정상급 배우임에도 삭발 마다 안해

고인을 세계에 알린 영화 ‘씨받이’(1987) 촬영장 에피소드는 연기에 대한 고인의 집념을 잘 보여준다. 고인은 영화 속 출산 장면을 4박 5일 동안 촬영했다. 고인은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로는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 첫 수상이었다. 고인의 나이 21세 때였다.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안긴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촬영을 위해 머리를 삭발하기도 했다. 비구니 연기를 위해서였는데, 당대 최정상급 20대 초반 배우의 삭발은 대중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배우 강수연이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에 출연해 삭발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태흥영화사 제공

배우 강수연이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에 출연해 삭발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태흥영화사 제공


강수연이 SBS 드라마 '여인천하'(2001)에서 소복을 입고 한겨울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연기하고 있다. SBS 제공

강수연이 SBS 드라마 '여인천하'(2001)에서 소복을 입고 한겨울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연기하고 있다. SBS 제공

시청률 30%대를 기록한 SBS 드라마 ‘여인천하’(2001) 촬영을 위해 한겨울 얇은 소복만 입고 얼음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고인은 당시 최고 출연료를 받으며 방송 복귀를 해 화제를 뿌렸다. 고인이 합류하며 여자 배우들의 연기 경쟁이 치열해졌고, ‘여인천하’의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인은 촬영장에서 드물게 장난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KBS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에 함께 출연했던 하이틴 스타 출신 손창민과 호흡을 맞춘 ‘고래사냥2’ 촬영장에서였다. 키스 장면 촬영을 앞두고 손창민이 기대가 된다고 농담을 하자, 촬영 당일 마늘을 잔뜩 먹은 후 양치질을 하지 않고 키스 연기를 해 손창민을 기겁하게 만들었다는 사연은 유명하다. 고인은 생전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손창민에게 장난을 한번 쳐 본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인 잘 챙기고 사람 배려"

스크린 밖에서는 우두머리 기질을 지닌 호탕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영화 ‘베테랑’(2015)에 나와 유행어가 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위신)가 없냐”는 고인의 술자리 발언에서 유래한 대사로 고인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김영진(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명지대 교수는 “술자리에서 유대감 강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호방한 스타일이었다”며 “영화인을 잘 챙기고 사람들을 배려했던 인물”이라고 기억했다. 김 교수는 “배우 생활을 어려서부터 오래 했고, 해외 영화제 상을 일찌감치 받아 다들 꼼짝 못하며 항상 존경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배우 강수연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던 2017년 10월 원로 배우 신성일과 핸드프린팅 행사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강수연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던 2017년 10월 원로 배우 신성일과 핸드프린팅 행사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인은 카메라 앞에만 서지 않고, 한국 영화계 발전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을 쓰기도 했다. 1998년부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이었고, 2015년 집행위원장에 위촉돼 2017년까지 일했다. 2000년엔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에 따른 한국 영화 스크린 쿼터 축소를 막기 위해 구성된 스크린쿼터수호천사단 부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인과 ‘고래사냥2’를 함께 했던 배창호 감독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뚜렷한 미모에 자기 표현력이 명확했던 배우”라며 “솔직하고 자기 표현을 잘하며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마다하지 않고 영화계 일에 나섰다”고 되돌아봤다.

스크린에선 강단 있는 이미지이고, 주변인들로부터 호탕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작 고인은 2015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영부영하는 면이 있고 눈물 많고 겁도 많다”고 자신을 규정했다. 고인은 “동물에 대한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울고 뉴스를 보고도 운다”며 “남 앞에서 울면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미안한 일이 되니까, (집 밖에서는) 카메라 앞에서만 운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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