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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 한국어 강사 키운 청년 CEO…기업 고객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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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 한국어 강사 키운 청년 CEO…기업 고객도 뚫었다

입력
2022.05.09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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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국어교육 플랫폼 코리안앳유어도어
김현진 대표 인터뷰…창업 4년 만 B2B로 안정화
"강사를 도구로 쓸 수 없어…함께 성장하길"

시각 장애인 한국어 강사를 고용해 외국인 대상 온라인 한국어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가 이달 2일 서울 구로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사람들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시각 장애인 한국어 강사를 고용해 외국인 대상 온라인 한국어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가 이달 2일 서울 구로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사람들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시각 장애인에 한해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의 위헌 논란은 지난해까지 다섯 번이나 합헌 결정이 났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끝나지 않는 논쟁 속에 변하지 않는 현실은 시각 장애인의 좁은 직업 선택의 폭이다. 고용률 자체도 41.9%(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19년 기준)에 그치고 그마저도 안마사로 일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12월 설립된 스타트업 코리안앳유어도어(KAYD)의 시작은 이 현실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됐다.

"저희에게 착한 회사라고 하는데, 사실 화가 많아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무시당하는 상황에 화가 난 사람들이 모여 그 에너지로 일하는 거예요."

장애인 한국어 강사를 고용하는 일대일 한국어 교육 온라인 플랫폼 KAYD의 김현진(32) 대표는 자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바리스타와 함께하는 커피사업체 '히즈빈스' 인턴 경험 등을 살려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설립을 목표로 삼고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를 다니며 구상을 구체화했다. 김 대표는 전화영어와 같은 일대일 외국어 교육 방식을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으로 운영하면, 시각 장애인도 충분히 한국어 강사로 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택을 할 수 있어 근무 여건도 장애인에게 친화적이다.

예상은 적중했고, 창업 기업 3곳 중 2곳은 4년 내에 문을 닫는 어려운 창업 환경에서도 KAYD는 90명이 넘는 장애인의 일터로 순항하고 있다. 현재는 시각이 아닌 다른 장애를 가진 강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코리안앳유어도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상황을 광고 모델이 재연한 모습. 홈페이지 캡처

코리안앳유어도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상황을 광고 모델이 재연한 모습. 홈페이지 캡처

사업 안정화의 결정적 계기는 기업 간 거래(B2B)로의 확장이었다.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장애인 직원 의무 고용 비율을 채우지 못해 부담금을 내고 한편으로 외국인 직원의 한국어 교육에 비용을 쓰는 문제가 김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이들 사업체가 장애인 한국어 강사를 직접 고용하고 자사의 외국인 직원을 교육할 수 있게 저희가 그 플랫폼을 제공해요." KAYD는 강사를 육성하고 외국인 직원을 교육하는 프로그램까지 전반적인 관리를 도맡아 한다. 이렇게 대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총 20곳이 고용한 장애인 한국어 강사는 현재 70명가량이 된다. 이들 기업과의 2년간 재계약률도 100%다.

세종어학당이나 한국국제교류재단(KF재단)과 같은 공공의 지원도 사업 정착에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KF재단을 통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3개국 6개 대학의 학생 162명을 6개월간 직접 연결받았고, 그 덕분에 직접 고용한 강사도 12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 수강생의 97%가 '프로그램을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높은 만족도를 표하면서 올해에도 KF재단과 협업을 이어간다.

김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숫자로 표현되진 않는다. 그는 "시각 장애인 커뮤니티가 폐쇄적인 편인데, 이곳에서 추천을 받았다며 일자리를 찾는 연락이 올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로 칭찬받는 느낌이 들어서다. "선생님을 도구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단언하는 김 대표는 지금도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직원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보수 등 근무 여건도 더 개선해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고민한다. "우리는 기술 회사, 플랫폼 회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많은 장애인 강사를 고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도 공부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당장 올해는 중국 시장을 넓히기 위해 현지화된 앱을 출시하고, 기업 대상 서비스를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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