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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금수 꺼낸 美·푸틴 애인 제재하는 유럽… 러시아 숨통 더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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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금수 꺼낸 美·푸틴 애인 제재하는 유럽… 러시아 숨통 더 조인다

입력
2022.05.06 19: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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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가스 이어 우라늄까지
에너지 수출 원천 차단...
석유 금수 추진 EU,
푸틴 연인·최측근 가족도 제재 포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 연합뉴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압박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를 추진 중이고,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31세 연하’ 연인을 비롯해 최측근의 가족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적 제재를 단행한다. ‘공공의 적’이 된 러시아를 경제·정치적으로 한층 고립 상황에 내몰 수 있는 조치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장관은 5일(현지시간) 상원 에너지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로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발표할 것”이라며 “에너지부가 원전에 안정적으로 우라늄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발발 직후 미국은 러시아산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우라늄은 금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화석연료는 러시아산 비중이 5, 6%에 불과해 영향이 제한적인 반면, 우라늄은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이 수입한 우라늄 총량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16%로, 캐나다와 카자흐스탄(각각 2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또 러시아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용 농축 우라늄 40%를 공급하고 있다. 3월 중순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러시아산 우라늄 금수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랜홈 장관은 “어떤 이유에서든 에너지와 관련해 러시아로 돈을 보내선 안 된다”며 제재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이 우라늄까지 손댈 경우 사실상 모든 러시아 에너지 자원은 공급망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우라늄 증산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럽을 비롯해 서방 동맹들이 이번 조치에 동참할 가능성도 크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40%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수출을 막으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도 끊을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체조스타' 알리나 카바예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체조스타' 알리나 카바예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러시아산 석유 수입 단계적 금지를 포함한 6차 대러 제재안을 내놓은 유럽연합(EU)도 회원국 간 이견을 상당부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6차 제재안 합의에 거의 다다랐다”며 “러시아에 경제ㆍ재정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에겐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EU는 푸틴 대통령의 인맥에도 제재 칼날을 겨누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이자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체조스타’ 알리나 카바예바가 제재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소속으로 6년간 의원 생활을 했을 뿐 아니라 친정부 성향 내셔널 미디어 그룹 회장을 맡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과 카바예바는 푸틴 대통령이 전처와 이혼하기 전인 2008년부터 염문설에 휩싸였으나 공식적으로 관계를 인정한 적은 없다. 미국도 한때 카바예바 제재를 검토했으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제재가 부과된 고위급 인사들과 신흥재벌들에 대한 추가 제재도 추진한다. 이번엔 그 직계가족이 대상이다.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내이자 2006년 토리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타티아나 나브카는 크림반도에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아들 니콜라이와 딸 엘리자베타는 아버지의 재산과 인맥으로 해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 철강회사 세베르스탈의 대주주로 세계 억만장자 순위 87위(미국 포브스)에 오른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의 아내 마리나도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도 제재를 받게 됐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본래 하나”라며 러시아의 침략을 두둔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비난해 왔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 학살을 지휘한 이른바 ‘부차의 학살자’ 아자트베크 오무르베코프 제64차량화소총여단장, 주민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리우폴 포위 작전 책임자 미하일 미진체프 러시아 국방관리센터 소장도 명단에 올라갔다.

영국도 EU와 보조를 맞춰 다국적 철강기업 에브라즈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 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분 일부를 소유한 이 회사는 러시아에서 광산 및 제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 수만 7만 명에 이른다. 영국 외무부는 “에브라즈는 러시아 전체 열차 바퀴 28%, 철로 97%를 생산한다”며 “러시아가 철도를 이용해 군수품과 군대를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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