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드 스튜어트 '코끝의 언어'
인간 몸 속의 시각 수용기 종류는 고작 4개에 불과한 반면 후각 수용기는 400종 이상에 달한다.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의 가짓수는 최대 1조 개에 이른다. 시각과 청각 정보는 온라인으로 전송할 수 있지만 후각 정보는 쉽지 않다. 냄새를 내는 물질 자체가 후각 신경과 직접 접촉해야만 감지할 수 있어서다. 시각이나 청각보다 후각이 기억을 더 또렷하게 소환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의 여러 감각 중 후각이 특별한 이유다.
디자인 전문작가로 오랫동안 직업적으로 시각을 발달시켜오다 우연한 계기로 후각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우리가 거의 알지 못했던 감각을 쓰도록 자극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냄새와 후각, 코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51가지 냄새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과 숨겨진 이야기를 펼쳐낸다.
금방 깎은 잔디에서 나는 싱그러운 향기는 식물이 공격을 받을 때 다른 식물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다. 두리안의 고약한 냄새는 동물을 유혹해 씨앗을 퍼트리기 위한 것이다. 살 냄새가 갑자기 바뀌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마른 땅의 비 냄새에서 빨랫줄에 널어 말린 빨래, 장미, 트러플, 대마초, 갓난아기까지 다양한 냄새 이야기를 과학과 역사, 지리, 예술을 넘나들며 풀어낸다. 멸종된 꽃이나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 심령체, 성자 등 상상하기 어려운 냄새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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