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장 해임 촉구 기자회견
한수원, '명예손상' 이유 직위해제
법원 "공익 제보… 직위해제 부당"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영진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자 직위해제됐던 노조간부가 징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한수원이 공익신고자를 부당하게 징계했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훈)는 강창호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발전소 노조 지부위원장이 제기한 부당직위해제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강 지부장의) 의견표명이 직위해제 근거 규정인 '회사 명예를 크게 손상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공익적 맥락에서 이뤄진 의견표명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 지부장은 2020년 1월 한수원 감사실에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조력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지시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감사실장이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이 전문성을 배제한 강제 인사이동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결정이 회사에 대한 배임이라며 정 사장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강 지부장이 회사와 정 사장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며 같은 해 2월 28일 직위해제 인사명령을 내렸다. 강 지부장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직위해제 후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강 위원장을 제1발전소 안전부 안전평가파트로 발령냈다.
법원은 한수원 조처가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 지부장이 발언한 취지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원자력 발전설비 운영의 안전성을 제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공익적 맥락에서 비롯했을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해 정 사장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감사원 평가도 언급했다.
법원은 한수원이 소명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은 채 직위해제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인사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강 지부장의 의견이 조합 내부 의결을 거쳤다거나 조합원들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사정을 고려해보면 조합 업무를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수원에서 강 지부장 외에 다른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은 점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월 강 지부장을 공익제보자로 인정해 한수원에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직위해제 기간에 차별지급된 보수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한수원 사장은 공익제보자 신분보장을 취소해달라며 권익위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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