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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닭싸움 도박'이 뭐기에…인신매매·납치까지 판치는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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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닭싸움 도박'이 뭐기에…인신매매·납치까지 판치는 필리핀

입력
2022.05.04 15:31
수정
2022.05.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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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온라인 투계 도박 큰 인기
사회문제 속출… 정권 뒤늦게 허가 취소
캄보디아ㆍ태국ㆍ베트남도 '골머리'

필리핀의 한 원형경기장에서 열린 온라인 투계 경기 시작 전 모습. CNA 캡처

필리핀의 한 원형경기장에서 열린 온라인 투계 경기 시작 전 모습. CNA 캡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활성화된 온라인 닭싸움(투계ㆍ鬪鷄) 도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 정부가 뒤늦게 온라인 도박장 운영허가를 취소하고 단속에도 나서고 있으나 이미 시민들의 도박 중독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4일 필리핀 스타와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필리핀과 캄보디아ㆍ태국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투계 경기 진행을 묵인해 왔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장 경기는 철저히 막았지만, "인터넷상으로라도 투계 경기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까진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투계 경기는 동남아에서 인기 있는 전통놀이 중 하나로, 원형경기장에 작은 칼을 다리에 장착한 수탉 두 마리를 풀어 한 마리가 이길 때까지 싸움을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필리핀 정부는 아예 'E-사봉'으로 불리는 24시간 온라인 투계 대회 개최를 정식 승인하고 승패 여부에 대한 베팅까지 허용했다. 당연히 수많은 도박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봉쇄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필리핀인들은 너도나도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에 빠져들었다. 실제 시민들이 한 달 동안 E-사봉에 베팅한 금액은 평균 600억 페소(한화 1조4,400억 원)에 달했으며, 도박업체들은 수수료 등으로 매달 30억 페소를 벌어들였다.

도박업체들은 더 많은 베팅을 유도하기 위해 불법 대출을 일삼기도 했다. 도박에 중독된 시민들은 오토바이부터 집까지 담보로 잡히며 도박 자금을 빌렸고 수많은 채무자들이 양산됐다. 심지어 필리핀의 여성 A씨는 지난달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생후 8개월 된 자신의 딸을 4만5,000페소(108만 원)에 팔겠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A씨의 인신매매 시도는 경찰의 출동으로 미수에 그쳤으나, 악성 채무로 인한 자살 및 강력 사건은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E-사봉에 큰돈이 몰리자 업계의 과열경쟁도 심화했다. 앞서 2월에는 한 도박업체가 싸움닭 공급자 34명을 납치ㆍ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기를 조작하기 위해 특정 싸움닭을 굶기거나 약을 먹인 공급자들을 처단하겠다는 이유였다. 결국 필리핀 상원 의회 공공질서위원회는 3월 E-사봉 운영 중지를 정권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숙고를 거듭하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정부의 권고에 따라 E-사봉 허가를 취소하고 향후 관련 경기를 당국이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를 방관한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뒤늦게 온라인 투계 도박 금지령을 발동하고 단속을 강화했으나 이미 만연한 도박 중독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달 프놈펜에서 성행하던 온라인 투계 도박을 막기 위해 중계 투계장을 급습, 운영자 27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에는 현지 언론인 13명도 포함돼 있었다. 태국 경찰도 1월 아유타야 지역에서 대대적 단속을 벌여 온라인 투계 도박 운영자 11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온라인 투계 도박 운영업체를 수사해 보니 한 달 수익이 현지 중견기업 못지않았다"며 "코로나19로 온라인 투계 도박업자들이 폭증해 단속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캄보디아 경찰이 프놈펜의 한 온라인 투계 도박장을 급습해 관련자 체포에 나섰다. 프놈펜포스트 캡처

지난 2월 캄보디아 경찰이 프놈펜의 한 온라인 투계 도박장을 급습해 관련자 체포에 나섰다. 프놈펜포스트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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