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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방위 공격 강화…9일 전승기념일 앞둔 푸틴의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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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방위 공격 강화…9일 전승기념일 앞둔 푸틴의 속셈은

입력
2022.05.04 18:30
수정
2022.05.04 22: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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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보름 만에 서부 르비우 재폭격...변전소 6곳 강타
동부 도네츠크에서도 러군 공격으로 21명 사망
아조우스탈 대피소 대피 직후 공습으로 2명 사망
푸틴 "9일 군사적 성과 과시하면서 선전포고할 것"
페스코프 대변인 "전면전 선포설, 터무니없다" 일축
러시아 동원령 통해 대대적 병력 투입 가능성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한 변전소가 3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한 변전소가 3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9일(현지시간) 2차 대전 전승기념일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동부 돈바스를 맹폭하고 서부 르비우에 대한 폭격도 재개했다.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이후 전쟁으로 전환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자, 러시아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폴란드 국경과 인접한 서부 르비우를 폭격했다. 지난달 17일 르비우 외곽 군사시설과 자동차 정비소 등을 공격해 7명이 사망한 후 가장 큰 규모의 공격이었다.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날 변전소 6곳을 강타하면서 도시 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공급이 끊겼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구호 물자와 군수 장비 등을 이동시키기 위한 철도망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공격으로 전기가 끊기고, 상수도 시설도 손상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시내의 한 아파트 앞에서 3일 한 주민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시내의 한 아파트 앞에서 3일 한 주민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돈바스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의 공격이 강화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이날 도네츠크주에서만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공격으로 50여 명이 사망한 후 가장 많은 사상자 수를 기록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도 이날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주거 지역이 폐허가 됐다”며 “사회 기반 시설이 파괴돼 주민 10만 명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24시간 동안 돈바스 지역에만 12차례가 넘는 러시아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100여 명의 민간인이 대피한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도 대피가 끝나자마자 러시아군의 공격이 재개됐다. 미하일로 베르시닌 마리우폴 경찰서장은 “러시아군이 제철소를 계속 폭격하고 있으며 이날 공격으로 민간인 최소 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대피한 한 여성과 아이가 3일 자포리자의 피란민 수용센터에 도착해 가족과 만나고 있다. 자포리자=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대피한 한 여성과 아이가 3일 자포리자의 피란민 수용센터에 도착해 가족과 만나고 있다. 자포리자=AFP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하는 배경엔 전승기념일까지 공세를 강화해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는 등의 성과를 올리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전 세 달째인 러시아는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침공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그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안팎의 거센 비난과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9일 ‘작전 성과’를 과시하면서 전쟁을 선포할 명분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임스 닉시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전승기념일에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군사적 성과를 과시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려 할 것”이라며 “전쟁을 공식 선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면전 선포설'이 퍼지자 러시아는 부인하고 나섰다. 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오는 9일 '특수 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전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러시아군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공격 재개도 부인했다.

러시아군이 9일 이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동부 점령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분쟁 전문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의 올렉 이그나토프 수석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9일을 전후로 러시아에 동원령을 발동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푸틴이 동부 지역을 완전히 점령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승기념일은 이 같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침공을 멈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가 9일에 맞춰 속전속결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병합하는 ‘특별 군사작전 2단계’ 목표를 완성하고 작전 성공을 이유로 침공을 멈출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실제 영국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지역의 관문 도시인 이지움 인근에 22개 대대 전술 집단을 배치해 크라마토르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 등으로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북부와 동남부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이 지역을 장악하면 우크라이나군의 동부 진입을 차단할 수 있어 동부 지역 점령에 보다 유리해진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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