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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펴낸 김창완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 어른들이 반성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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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펴낸 김창완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 어른들이 반성해야죠"

입력
2022.05.05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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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발표한 '개구장이' 토대로 그림책 '개구쟁이' 출간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공원에서 그림책 '개구쟁이'(맨 앞줄 가운데 어린이가 들고 있는 책)를 펴낸 가수 김창완이 어린이들과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최주연 기자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공원에서 그림책 '개구쟁이'(맨 앞줄 가운데 어린이가 들고 있는 책)를 펴낸 가수 김창완이 어린이들과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최주연 기자

“아저씨, 잘생겼어요. 배우 해도 되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던 중 공원에서 친구들과 시끌벅적 떠들던 아이가 개구지게 내뱉은 말에 김창완이 허허 웃었다. “야, 너 때문에 상처 받았잖아.” 무리 중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그를 알아봤다. “아이유랑 부른 노래(‘너의 의미’) 좋아해요. ‘별그대’(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봤어요.” 예정에 없는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금세 아이들과 어우러진 그는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책 표지에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 줬다.

전설적인 록밴드 산울림 출신의 전방위 예술가 김창완이 최근 이정연 작가와 함께 그림책 ‘개구쟁이’(북뱅크 발행)를 펴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책은 산울림의 첫 동요 앨범의 타이틀곡 ‘개구장이’(1979) 가사와 2005년 쓴 수필집 ‘이제야 보이네’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주인공 ‘창완’이는 친구들과 놀다 들어와서도 ‘칠성이네 지붕에 알 낳은 참새’와 ‘정순이네 마루 밑에 농약 먹고 눈이 새파래져 들어가 있는 메리’를 걱정하고 ‘동칠이가 귀신 봤다는 변소’를 궁금해한다. 그는 책 서두에 "우리가 놓고 온 어린 시절에 바칩니다"라고 적었다.

김창완이 직접 그린 앨범 '개구장이' 재킷 이미지의 개릭터들을 이정연 작가가 되살려냈다. 이 작가는 김창완이 2년 전 낸 솔로 앨범 ‘문(門)’ 재킷도 그렸다. 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창완은 “이 화백의 그림은 천진과 순수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랜 산울림의 팬이어서 ‘개구장이’를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데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말했다.

‘개구장이’는 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곡이다. 3집 발매 직후 나온 ‘어린이에게 보내는 산울림의 동요선물 1집’은 산울림이 당시 발표했던 곡들에 대한 반성의 뜻으로 만든 앨범이었다. “초기 앨범에 담겼던 곡들은 모두 데뷔 이전에 만들었던 곡들입니다. 제가 10대 후반, 동생들이 10대 중반쯤이었으니 사랑이 뭔지, 이별이 뭔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긴 뭘. 기성 가요를 흉내 냈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버스에서 산울림 노래가 나오면 창피해서 바로 내렸다니까. 순수하게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마음을 담자 해서 새로 곡을 써서 만든 게 ‘개구장이’ 앨범이에요. 어린이들도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려고 했죠. 그 앨범 만들 땐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고 성스럽게 작업했어요.”

그림책 '개구쟁이' 중에서. 북뱅크 제공

그림책 '개구쟁이' 중에서. 북뱅크 제공

산울림의 음악은 펑크와 사이키델릭을 바탕으로 하지만 곳곳에 동심을 품고 있다. 1977년 데뷔곡 ‘아니 벌써’가 단적인 예다. 록 밴드로선 유일하게 정규 앨범과 동요 앨범을 번갈아 가며 냈다. 김창완이 최성수 임지훈 등과 결성했던 프로젝트 그룹 꾸러기들의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에도 동화적 감수성이 담겼다. 심지어 배우로 변신해 처음 출연한 작품도 1986년 어린이날 특별 드라마 ‘바다의 노래’였다.

김창완은 2013년 ‘할아버지 불알’ ‘어떻게 참을까?’ 등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발표하며 동시 작가로 데뷔했다. 2019년 ‘칸 만들기’로 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펴냈다. 올 초엔 다섯 명의 작가가 여는 기획 전시에 작품 5점을 선보이며 화가로도 데뷔했는데 당시 선보인 작품 중 한 편의 제목은 ‘코 없는 엄마: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엄마 얼굴’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애착일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린 시절을 반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접근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어린이와 어른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어요. 어른을 이해하는 어린이도 없고 어린이를 이해하는 어른도 없어요.”

김창완은 음악에서 시작해 연기, 동시 작가, 화가로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그가 자주 언급하는 단어는 ‘순수’다. 동시나 그림 작업 모두 순수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여정이라고 했다. “갈수록 간절해져요. 레퍼런스 없는 책을 쓰고 싶은 거죠. 단 한 줄이라도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내 감정과 생각이 순수한 것인가 스스로 물을 지경이 됐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건 아마 평생 찾는 일인지도 몰라요.“

그림책 '개구쟁이' 중에서. 북뱅크 제공

그림책 '개구쟁이' 중에서. 북뱅크 제공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완전한 인격체인데 어른들은 나이라는 숫자에 따라 '어린이'라고 규정하며 미성숙한 인격체라고 여기죠. 그러면서 철갑을 둘러 보호하려고만 해요. 세상이 그러니 과잉 보호라고 할 수도 없어요. ‘개구쟁이’ 속 아이들처럼 애들이 어디 나가서 노는지 몰라도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인데 말이죠. 어른들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다음에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는 어른들이 길러내는 어린이들이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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