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대한민국 시장 데뷔 이후 꾸준하게 ‘에스컬레이드’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브랜드의 아이코닉 SUV이자, 플래그십 SUV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에스컬레이드는 국내 시장에서도 선명한 입지를 다지고, 성과를 이뤄오며 ‘캐딜락의 핵심’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 4세대, 그리고 이번의 5세대 초반까지도 ‘기본 사양’이라 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드만 선보이고, 롱 휠베이스 사양이라 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드 ESV’는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소유할 수 밖에 없어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긴 기다림 끝에 공식 판매 채널에 등장한 에스컬레이드 ESV,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에스컬레이드 ESV는 기존의 ‘에스컬레이드’를 왜소하게 만든다.
브랜드의 발표에 따르면 기본 사양의 5,380mm보다 더욱 긴 5,765mm에 이르는 긴 전장을 갖췄고 각각 2,060mm와 1,935mm의 전폭과 전고를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참고로 휠베이스는 3,407mm에 이르고, 공차중량 역시 2,870kg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더욱 대담한 플래그십 SUV의 감성
에스컬레이드 ESV는 캐딜락 브랜드 내에서 가장 거대한 체격을 가진 차량이지만, 디자인에 있어서 ‘캐딜락의 기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제 육중함이 시선을 끌어도, 그 육중함 속에는 어느새 캐딜락의 모든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에스칼라(Escala)’ 컨셉 모델의 디자인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거대한 체격에 어울리는 프론트 그릴은 캐딜락 특유의 크레스트 엠블럼과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굵직한 바(bar) 타입으로 적용된 헤드라이트와 세로로 길게 그려진 라이팅 유닛이 더해져 캐딜락의 감성을 명확히 제시한다.
여느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높은 보닛 라인과 굵직한 크롬의 디테일 역시 도로 위에서 시선을 집중시키에 충분하다.
측면에서는 에스컬레이드 및 GM의 풀사이즈 SUV 특유의 직선이 드러난다. 특히 일반적인 에스컬레이드보다 긴 ‘ESV’ 사양의 길이감은 여느 SUV를 압도한다. 여기에 화려한 크롬 가니시 및 캐딜락 엠블럼, 22인치 알로이 휠 등이 완성도를 더한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캐딜락 고유의 블레이드 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배치해 깔끔하면서도 ‘캐딜락 고유의 뒷태’를 완성한다. 여기에 차체 양끝에 머플러 팁을 큼직히 배치해 퍼포먼스에 대한 자신감을 더한다.
압도적 스케일의 공간
에스컬레이드 ESV는 앞서 데뷔하며 ‘에스컬레이드의 발전’을 제시한 5세대 에스컬레이드와 완전히 동일한 구성의 공간을 갖췄다.
실제 도어를 열고 안쪽을 살펴보면 최고급 가죽, 우드, 패브릭 소재는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곳곳에 배치해 플래그십 SUV의 가치를 보다 명확히 드러낸다. 여기에 소재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뤄내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스피커 그릴 및 도어 트림 디테일 등이 더해졌다.
덕분에 ‘미국적인 감성’과 더불어 유럽산 프리미엄, 럭셔리 SUV들과 비교 하더라도 이목을 끌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실내 공간의 중심을 잡는 건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에스컬레이드 ESV에는 38인치 크기의 LG제 38인치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이 존재한다. 운전자 기준 좌측에 배치된 컨트롤 패널 터치스크린과 중앙에 배치된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우측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의 구성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제시한다.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이 36개의 스피커로 구현되어 역대 캐딜락 모델 중 최고의 음향 퀄리티를 제공한다.
5세대에 이른 에스컬레이드는 더욱 우수한 공간 효율성을 통해 높은 매력을 제시한다. 실제 1열 도어 안쪽에는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이 자리할 뿐 아니라 거대한 시트가 ‘탑승자의 체격’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도어 패널이나 손이 닿는 곳곳의 디테일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이어지는 2열 공간과 3열 공간 모두 성인 남성이 낮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2열 시트는 독립된 캡틴 시트를 더해 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으며, 1열 시트 뒤쪽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누릴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한층 거대해진 체격을 통해 보다 여유로운 레그룸과 거주 공간을 제시하는 3열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시트의 형태, 구성은 물론 컵홀더, 충전 포트 등 다양한 디테일이 더해져 ‘탑승의 여유’를 한층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압도적인 공간으로 이목을 끈다. 실제 테일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하더라도 1,175L에 이르는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3열 시트와 2열 시트까지 모두 접을 때에는 각각 2,665L와 4,044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퍼포먼스의 희열을 선사하는 V8 심장
에스컬레이드 ESV는 구조적으로 일반적인 에스컬레이드와 동일한 만큼 파워트레인 구성 역시 동일한 모습이다.
GM의 여러 대형 차량 및 쉐보레 카마로, 콜벳 등과 같은 고성능 모델에 적용되는 스몰블록 V8 6.2L 엔진이 적용됐다. 이 엔진은 출력 426마력과 63.6kg.m의 출중한 토크를 제시하고 10단 자동 변속기와 4WD 시스템과 합을 이룬다.
이러한 구성을 바탕으로 에스컬레이드 ESV는 퍼포먼스에 대한 매력은 물론, 특별한 감성을 선사한다. 다만 거대한 체격, 무거운 무게로 인해 6.5km/L(도심 6.7km/L 고속 7.9km/L)의 효율성을 감수해야 한다.
거대한 스케일로 시선을 끄는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를 충분히 살펴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트에 몸을 맡겼다.
최신의 기술 요소들이 시선을 집중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기조가 만족감을 더한다. 이와 함께 동급에서 가장 공격적인 드라이빙 포지션 및 시야를 통해 ‘패권자’의 매력을 선명히 드러낸다.
더불어 시동과 함께 V8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에스컬레이드는 2.9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가졌지만, 결코 둔하거나 느리지 않다. 보닛 아래 자리한 GM의 자존심과 같은 V8 엔진이 426마력과 63.6kg.m의 토크를 거침 없이 발산하여 거대한 전차를 이끄는 모습이다.
체감되는 발진 가속 성능은 물론이고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주행 등 다양한 상황에서 부족함 없는 모습은 물론 ‘풍부한 여유’를 제시한다. 주행을 하는 내내 ‘이게 자연흡기 엔진이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게다가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본격적으로 밟을 때 울리는 사운드의 매력 역시 도드라진다.
V8 엔진에 합을 이루는 10단 자동 변속기는 주행 내내 그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주행 전반에 걸쳐 묵묵히, 그리고 또 조용히 능숙한 변속을 제시하며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이어간다. 신경을 써서 살펴보면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상황에서의 충격 제어 등이 워낙 탁월함을 느낄 수 있다.
덧붙여 스티어링 휠 뒤쪽에 패들 시프트가 마련되어 있어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변속기 가능하고, 수동 변속 시의 만족감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다만 주행을 하며 딱히 수동 변속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전체적인 주행 질감’에 있다.
이전에 시승했던 5세대 에스컬레이드, 즉 일반 사양의 경우에는 기존의 에스컬레이드와 다른 보다 세련되고, 정제된 움직임을 제시했지만 에스컬레이드 ESV는 일반적인 에스컬레이드 보다 더 거칠고, 건조한 모습이었다.
물론 차를 조향하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등의 ‘다루는 행동’은 이전보다 훨씬 쉬운 최신의 에스컬레이드의 특성을 고스란히 제시해 ‘주행의 부담’을 대폭 줄인다.
특히 노면이 좋은 곳에서는 말 그대로 우수한 포용력을 과시한다.
덕분에 차량의 체격에만 적응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쉽게 다룰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량의 길이가 늘어나며 노면 대응의 일체감이 떨어지고, 전륜과 후륜이 마치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때로는 건조하고 투박한 느낌도 더러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절대적인 승차감이나 주행 질감이 나쁜 건 아니지만, 5세대 에스컬레이드가 워낙 좋았던 것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다르다. 말 그대로 같은 핏줄에 체격만 다른 에스컬레이드 ESV의 움직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 셈이다.
그래도 달리는 맛은 확실하다. 실제 스포츠 모드와 함께 주행 템포를 높여 달리기 시작하면 에스컬레이드 ESV는 다른 플래그십 SUV들이 제시할 수 없는 선굵고 대담한 드라이빙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덕분에 운전자는 어느새 2열 VIP 석이 아니라 운전석에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거대한 체격이지만 강력한 성능과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우수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시선을 끈다. 여기에 역동성에 힘을 더하는 LSD는 물론 현존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 중 하나인 ‘MRC’까지 ‘플러스 요인’이 가득했다.
덧붙여 화려하게 연출된 공간, 특히 디지털 클러스터의 위용에 압도된다. 일반적인 디지털 클러스터는 물론이고 AR 내비게이션 기능을 포함한 AR 클러스터, 그리고 어둠 속 안정감을 위한 ‘열감지’ 기반의 나이트 비전 등 기술 가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좋은점: 시선을 집중시키는 외형, 공간, 그리고 선 굵은 드라이빙
아쉬운점: 일부 디테일의 이질감, 다소 거친 주행 질감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에스컬레이드의 매력’을 더욱 확장시켜 드러낸다.
주행 질감 및 특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에스컬레이드 ESV’만큼은 시장에서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 강렬함을 제시한다. 덕분에 에스컬레이드 ESV는 조금 더 많은 사랑을 바기에 충분하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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