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공기업인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선임이 또 불발됐다. 임명권자인 이용섭 광주시장이 이사장 후보를 추천받고 낙점만 남겨둔 상태에서 갑자기 '없었던 일'로 방향을 틀었다.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 떨어지고 업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에 광주 발전을 명분으로 차기 광주시장에게 임명권을 넘긴 것이다. 그러나 광주환경공단 안팎에선 "최소 7개월간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는데, 이게 광주를 발전시키는 거냐", "규정을 무시하는 게 떠나갈 시장이 할 짓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시장은 3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광주환경공단 이사장과 광주관광재단 대표는 민선 8기에서 임명하는 것이 광주 발전과 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민선 7기에서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임명 지연에 따른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 부서에선 잘 뒷받침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환경공단이 신임 이사장 재공모를 거쳐 2일 전직 광주시 고위 공무원(2급) 2명을 이 시장에게 추천했지만 이 시장이 이를 물리친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환경공단이 광주시, 광주시의회와 사전 조율을 통해 다음달 9일로 결정한 신임 이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미뤄지게 됐다.
이 시장은 앞서 2월 말 광주환경공단이 신임 이사장 공모를 통해 이사장 후보 2명을 추천하자 "적격자가 없다"며 재추천을 요구했다. 당시 일각에선 "이 시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후순위 후보자로 추천되자 이사장 공모를 원점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이후 광주환경공단이 이사장 재공모에 나서자 노동조합과 노동이사는 성명을 통해 "이 시장은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임명 권한을 오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이사장과 직원들에 대한 전례 없는 경찰 수사와 내부 고발 등으로 직원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공단 경영을 정상화할 이사장 임명이 시급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노조의 우려가 현실이 되자 광주환경공단 내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한 직원은 "차기 시장이 이사장을 선임하면 광주 발전과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가 하도 해괴망측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이럴 거면 왜 공모 절차를 진행했냐"고 힐난했다. 또 다른 직원도 "남은 임기(2개월) 시정에 빈틈이 없도록 잘 챙기겠다던 이 시장 말에 헛웃음만 나온다"며 "다른 시정도 차기 시장 몫으로 넘기시라"고 직격했다.
이 시장이 이사장 임명 포기를 둘러싸고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시장의 임명권 포기 선언에 따라 이 시장은 광주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에 임원 후보 재추천을 요구해야 하지만 해당 임원추전위원회운영규정에 시장의 임명권 포기는 재추천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 규정에 따르면 시장은 임원으로 추천된 후보가 지방공기업법(제60조) 규정에 의한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공단 경영을 위해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위원회에 임원 후보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광주 발전과 통합을 위해 임명권을 차기 시장에 넘기겠다는 이 시장의 결정이 이 규정엔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 시장이 이사장을 임명하지 않기 위해 명분을 억지로 만든 것 아니냐는 뒷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광주시의 한 간부는 "이 시장의 발언에서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신임 이사장으로 뽑아야 할 만한 후보가 없다는 뉘앙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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