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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목소리 이제 어디서 듣나" 닷페이스 6년 만에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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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목소리 이제 어디서 듣나" 닷페이스 6년 만에 해체

입력
2022.05.03 16:00
수정
2022.05.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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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닷페이스' 2016년 시작해 올 5월 '해산'
성소수자, 빈곤, 성범죄, 장애 등 이슈 주목
"재정 어려움, 소진되는 마음과 부족한 역량 문제"
누리꾼들 "이제 약자의 목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뉴미디어 닷페이스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처

뉴미디어 닷페이스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처


여성이 쇼트컷의 짧은 머리로 지나간다고 낯설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을까. '쇼트컷=남자 머리'로 인식되던 2016년, 여성들에게 직접 '쇼트컷을 한 이유'를 묻고 답을 듣는 영상으로 시작했던 미디어 매체 '닷페이스'가 2일 '해산'을 알렸다.

닷페이스 후원자를 뜻하는 '닷페피플'에 보내는 메일을 통해 "닷페이스팀은 지난 6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2022년 여름 해산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전한 것.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재정적인 어려움", "소진되는 마음과 부족한 제 역량"을 닷페이스 팀 해체의 이유로 꼽았다.

조 대표는 "닷페이스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위기는 항상 있었다"면서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 닷페피플 멤버십을 도입했고, 콘텐츠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영상의 포맷을 바꾸"는 등의 시도를 했다고 기억했다. 또 "닷페이스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적처럼 6년을 지속해 올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자원의 한계를 크게 느끼고 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었다"면서 "매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종료하는 일 역시 우리가 용기 내어야 하는 일"이라며 해체를 발표했다.



뉴미디어 '닷페이스'의 '탈시설: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가 제24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닷페이스 인스타그램

뉴미디어 '닷페이스'의 '탈시설: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가 제24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닷페이스 인스타그램

닷페이스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달라야 하니까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미디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현재 구독자 24만 명과 누적 조회수 8,400만 회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6년 동안 400개가 넘는 영상을 통해 소수자, 노동, 장애인, 디지털 성범죄 등 기존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의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닷페이스를 '극단적 페미 유튜브'로 규정했지만, 닷페이스는 요양보호사,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중년 여성들과 쿠팡 물류센터의 청년 노동 이야기를 비롯해 인터넷에서 만연한 혐오와 성범죄, 공항 난민과 보호 종료 아동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누리꾼들은 닷페이스의 갑작스러운 해산 소식에 놀라움과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닷페이스에 격려를 전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Ha******)는 "마음이 아주 무겁다"면서 "다른 곳에서 해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해주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믿는다"고 했고, 기후위기 뉴스를 공유하는 트위터 계정은 닷페이스의 영상을 올리며 해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이면을 꼼꼼히 짚어 온 온라인 매체"라며 "잘 운영되겠거니 하며 후원하지 못한 게 미안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극우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 시절 닷페이스에 출연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밀어주던 채널"이 "정권 덕 보더니 (정권 바뀌니) 바로 도망간다", "서울시장 바뀌고 대통령 바뀌니까 지원금 안 나오는 듯. 잘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닷페이스의 해산을 보며 미디어 환경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닷페이스 해산은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는 (콘텐츠가 아닌)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걸 보여준다(cat******)", "이제 어디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지(악**)"라면서 소수자를 위한 뉴미디어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냈던 닷페이스를 칭찬하고, 자본력을 가지고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던 기성 언론을 지적했다.

닷페이스가 현재 취재하고 있는 콘텐츠는 5월까지 모두 발행될 예정이지만 이후 신규 콘텐츠 제작은 중단된다. 조 대표는 "무모했고, 즐거웠고, 많은 사람들과 용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 여정을 마무리한다. 공식적인 종료 인사는 이후 닷페이스 채널을 통해 다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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