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 '나만의 결혼식 지원사업' 일사천리 진행
사장 배려로 카페 2층에서 결혼식
성주두레봉사단, 카페 단골 사진작가도 큰 도움
"결혼식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죠. 주머니 사정상 도저히 식을 올릴 형편이 못 되었어요."
2년 전 경북 성주에 정착한 유승연(25)씨는 4월17일 신동현(29)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독립심이 강해 부모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결혼식을 올릴 마음이었는데,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결혼식을 몇 해 뒤로 미루고 일단 혼인신고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유씨가 일하고 있던 카페 사장인 여한나(37)씨가 나섰다. 여씨는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작은 결혼식도 가능하다"면서 사방팔방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봐 줬다. 결과적으로 유씨는 200여만 원에 결혼식을 치렀다.
유씨에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성주군청이었다. 성주군은 2020년부터 관내 인구부양정책으로 '나만의 결혼식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부부 모두 18세 이상 49세 이하의 성주 관내 예비부부를 돕는 사업으로 커플당 300여만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유씨는 "사장님이 들고 온 '나만의 결혼식 지원사업' 지원서를 확인하고 눈앞이 환하게 열리는 기분이었다"면서 "마치 성주군에서 '너도 이제 우리 가족이니까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거 해!' 하고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씨의 도움으로 '나만의 결혼식 지원사업'에 선정된 유씨는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장소 선정부터 난관이었다. 지금껏 성주군에서 지원하는 결혼식은 대부분 청휘당이나 성주역사테마공원 등 야외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야외 결혼식을 하려고 하니 비용이 또 문제였다. 유씨의 고민은 다시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여씨가 또다시 그를 도왔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결혼식을 열자고 제안했다. 카페는 유씨의 일터기도 했다. 결혼식이 일요일 낮 시간대에 예정돼 있다 보니 2층 전체를 사용하면 매출에 적잖은 타격이 갈 것이었지만 아끼는 직원을 위해 흔쾌히 제안한 것이다.
여씨는 "승연이는 4년 전 이 카페가 생길 때부터 함께 일한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라며 "어떻게든 아름다운 결혼식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결혼식장이 정해지자 이번에는 카페 손님들이 나섰다. 가장 먼저 유씨의 결혼식을 돕겠다고 나선 것은 사진작가 송재성(56)씨였다. 평소 성주 출장을 올 때마다 유씨가 일하던 카페를 자주 들렀던 그는 유씨의 결혼 소식을 듣자마자 사진 촬영을 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비용은 따로 안 받겠다는 조건이었다.
성주군 내에서 매달 다문화·저소득 가정 지원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성주두레봉사단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단체는 지난 1월 여씨의 카페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들은 결혼식 당일 현수막 설치는 물론 봉사단 20명이 하객으로 방문했다. 성유경(47) 성주두레봉사단 단장은 "결혼식 날이 마침 봉사활동이 예정돼 있던 날이라 봉사를 마치자마자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4월 17일, 주변인들의 마음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혼식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결혼식에 앞서 웨딩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날의 주인공이었던 신부 유씨는 직접 인터넷에서 산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했다. 헤어는 평소 자주 가던 미용실에서 일찍부터 나와 도와줬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카페 2층도 아름다운 결혼식장으로 탈바꿈했다. 성주군의 사업을 주관한 (사)한자녀더갖기성주군지부 덕택에 버진로드·신부대기실 등 결혼식장 디렉팅과 꽃차와 과일·떡 등 다과 케이터링을 지원받았다. 결혼식을 통틀어 신랑과 신부가 부담한 비용은 이들이 하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부른 출장뷔페 비용 200여만원이 전부였다.
유씨는 "막상 결혼식을 하고 보니 못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며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고들 하지만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주인공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결혼식의 총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낸 여씨는 "둘의 결혼식을 지켜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소감을 밝혔다.
성주군은 이외에도 젊은 청년들이 성주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예비 부부의 경우 '나만의 결혼식 지원사업'뿐 아니라 결혼 후 3년간 6개월에 100만원 씩 총 700만원의 정착지원금도 지원된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이 결혼이 젊은이들을 품을 준비가 된 성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곳에 정착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이 준비된 만큼 청년들이 성주에서 그들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시현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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