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줘서 고마워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知床)반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관광선에 탔던 스즈키 도모야(22)씨가 연인에게 건네려 했던 편지가 유족에 의해 공개됐다. 그는 연인의 생일을 맞아 관광선상에서 프러포즈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여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장례식이 치러진 스즈키씨의 편지는 배를 타기 전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생일 축하해요. 오늘로 만난 지 308일이 지났네요"라고 시작한 편지에서 그는 연인에게 지지해 주고 좋아해 줘서 고맙다며, 실은 자신이 더 좋아한다고 썼다. 편지는 "앞으로도 평생 같이 해 주세요. 태어나 줘서 고마워요. 아내가 돼 주시겠습니까"라고 정중하게 회신을 기다리는 말로 끝을 맺었다. 탑승자 26명 중 스즈키씨의 연인을 포함한 12명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배에서 반지를 끼워 준 뒤 추후 편지를 주려 했을 것으로 주변에선 추측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관광선 운항 회사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상보안청은 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운항회사의 사무소와 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과실 인정 여부는 누구의 책임하에 출항을 판단했는지가 관건이다. 운항회사 사장에 따르면 이 관광선의 출항 기준은 '풍속 8m, 파도 높이 0.5m'였다. 하지만 사고 당일은 아침부터 강풍에 따른 풍랑주의보가 발표됐고 36시간 뒤 최대 풍속 15m, 파도 높이 3m에 이를 것이란 예보가 나왔음에도 "바다가 거칠어지면 돌아온다"는 '조건부 운항'을 실시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일본 정부는 실종자 수색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선체를 인양할 방침을 밝혔다. 사이토 데쓰오 국토교통장관은 대책본부회의에서 "민간업자의 전문 기술을 활용하면서 국토교통성이 총력을 다해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해상보안청도 이날 깊은 바다까지 잠수가 가능한 전문업체와 계약해 5월 중 선내 수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상보안청 등은 수심 120m에 가라앉은 선체의 모습을 수중 카메라를 내려 보내 촬영 중이지만,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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