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설 연휴 외삼촌 집에 가다 가족과 헤어져
부산진경찰서 ‘리-멤버(Re-member)’ 프로젝트 활용
5살 때 가족과 헤어졌던 4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35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2일 오전 부산진경찰서 7층 대강당. 박정옥(가명ㆍ41)씨는 35년 전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생일 때마다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면서 어머니 품에 안겼다. 박씨의 어머니는 딸의 어깨를 계속 쓰다듬으며 “항상 미안하고 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씨는 희미한 남동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박씨가 가족들과 헤어진 것은 1987년.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전주 외삼촌 집을 가기 위해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 갔다가 가족을 잃어버렸다. 가족들은 박씨를 찾아 다녔지만 길이 엇갈려 만나질 못했다. 혼자 있던 박씨는 보육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성인이 된 이후 가족을 찾고 싶었던 박씨는 지난 2월 1일 헤어진 가족을 찾고 싶다며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에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부산진서 실종팀은 박씨를 ‘리-멤버(Re-member)’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정해 본격적인 가족 찾기에 돌입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실종아동 사건을 기억해 재검토하고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돌려보내는 자체 시책이다.
부산진서 실종팀은 각종 자료를 검토해 박씨로 추정되는 비슷한 연령의 대상자를 556명 찾아내 그 중 6명을 추린 뒤 집중적인 탐문 끝에 박씨의 가족을 찾아냈다. 실종팀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모친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박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박씨의 언니는 “먹고 살기도 힘들었고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시기였고, 당시 동생을 찾아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면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했다.
실종팀 김미현 경장은 “유전자 등록을 하면 실종된 가족을 찾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본인이 기억하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전달해 주면 실종자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2008년부터 모든 실종 사건을 데이터화해 실종 수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