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일본 홋카이도의 시레토코(知床)반도 앞바다에서 26명을 태운 관광선이 침몰한 지 일주일을 넘긴 1일 현재 14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중 3세 여아 나나코양을 발견한 어업단속선 선원이 당시 상황을 일본 언론에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나나코를 발견한 것은 홋카이도의 어업단속선 ‘가이오마루(海王丸)’였다. 선원들에 따르면 가이오마루는 사고 당일 불법 조업 등을 단속하는 통상 업무를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해상보안본부(오타루 소재)에 협력하겠다고 신청했다. 다음날인 24일 오후 7시 30분쯤 시레토코반도 동쪽에 도착, 조명으로 해면을 비추면서 시속 10㎞ 저속으로 수색을 계속했다.
승무원 6명이 탐색 작업 중 오후 8시50분쯤, 흰 물결 사이로 희미하게 뭔가가 보였다. 쌍안경으로 확인한 결과 베이지색 파카와 흰 구두를 신고 엎드린 상태로 떠오른 나나코양을 발견했다. 구명조끼는 입고 있지 않았다. 선원들은 “눈앞에 ‘팟’ 하고 나타난 때를 돌아보면, 마치 그녀가 먼저 발견되러 온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기억했다. 다만 단속선인 가이오마루는 구조가 불가능해, 파도에 휩쓸려 놓치지 않도록 순시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선원들은 “차가운 바다에 떠 있는 나나코양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 너무나 슬펐다”고 전했다.
나나코양은 부모와 함께 실종됐다가 가장 먼저 발견됐다. 최근 아버지의 시신도 발견됐으나 아직 어머니 시신은 찾지 못했다. 친척들에 따르면 이들 가족에게 홋카이도와 시레토코 관광은 평소의 꿈이었다고 한다. 일주일 예정으로 하코다테 등 유명 관광지를 들른 뒤 도쿄로 오기 전 마지막 일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아직까지 12명의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해상보안청은 바닷속 수심 120m 해저에서 발견된 선체에 수중카메라를 내려 보내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심이 너무 깊어 카메라 조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족들은 인양을 통해 내부에 있을지 모를 실종자 수색을 원하지만 인양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잠수부가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이라 수중드론 등으로 와이어를 걸고 인양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일본 언론은 그마저도 다음 달 중순 이후 가능하며, 최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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