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야, 너무 보고싶었어"
치매를 앓고 있는 박춘생(83) 할머니는 요양원 면회실에서 딸 윤현주(56)씨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박 할머니는 비록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딸을 자신의 어머니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반가운 마음에는 변함이 없는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엄마가 제일 좋다"면서 연신 눈물을 쏟았다. 코로나19 탓에 2년여 만에 어머니 손을 붙잡고 면회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윤씨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
'가정의 달' 맞아 접촉 면회 한시 허용
30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는 기쁨의 가족 상봉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코로나19 감소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정부가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멈췄던 전국의 요양병원·시설의 접촉 면회를 이날부터 다음달 22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요양원은 집단감염으로 지난 2월 2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집단감염으로 인해 코호트 격리가 이뤄져, 비접촉면회도 수개월째 멈췄던지라 면회 재개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가족들이 많았다.
사전에 면회를 신청한 가족들은 시간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일찍이 요양원에 도착했다. 면회 전 △예방접종확인서나 격리해제서 제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발열 검사 등 할 일이 많아서다. 자가검사키트를 직접 들고 와 현장에서 검사한 뒤 확인이 가능하게 해, 면회객들은 요양원 앞에 설치된 임시 텐트에 들어가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수년만에 만지는 부모님 손... 감격의 눈물
오랜만에 부모님 손을 맞잡은 자녀들은 먼저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묻거나 손으로 만져보며 꼼꼼히 확인하며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치매나 중풍을 앓고 있어 의사소통이나 거동이 편치 않았으나, 행복감에 활짝 웃어보이거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2년 만에 접촉 면회를 하게 됐다는 강동훈(47) 강민희(44) 남매는 20분 남짓한 면회시간 내내 어머니 박영순(72)씨의 손을 연신 어루만지며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얼굴을 못 봐 서운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어머니를 일으켜 함께 걸어 보며 건강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까다로운 면회객 규정 때문에 오지 못한 이들은 영상통화나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현재 미확진자의 경우 면회객은 3차 접종(17세 이하 2차 접종)을 실시해야하고, 기확진자도 2차 접종 이상 실시한 사람이어야 한다. 남편, 자녀 2명과 함께 어머니에게 줄 편지를 써왔다는 최희진(41)씨는 "최대 인원이 4명으로 제한돼 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어려 같이 오지 못했다"면서 "(대신) 카네이션을 막내아들과 함께 접어 편지에 붙여왔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더 자주 뵐 수 있게 됐으면"
가족들은 접촉 면회와 더불어 외출·외박도 어서 원활해지길 바랐다. 어머니와 부산 여행을 가고싶다는 윤현주씨는 "치매가 심해도 계절마다 여행을 다녔는데, 그게 안 돼 더 빨리 잊어버리신 것 같다"면서 "부모님의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 외출이나 면회가 (활발히) 가능해지면 휴가라도 내려 한다"고 했다. 강동훈씨도 "건강 문제 때문에 방역을 철저히해야 하는 등 조심스럽지만, 어서 일상회복이 이뤄져 더 자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여행, 외출, 외박도 가능해져 빨리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지켜보는 요양원 관계자들도 뿌듯한 얼굴이었다. 곽금봉 원장은 "어르신들이 하루에 한번씩 나를 보면 자식들을 언제 볼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이렇게 만나고 손잡고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면서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어르신들이 마음껏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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