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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젊을 때 쉬우나 나이 들면 어려워지는 것들

입력
2022.05.01 18: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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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 개그맨이 식당에서 식사 중 옆자리에서 호흡곤란을 일으킨 노인에게 ‘하임리히법’으로 응급처치를 해서 위기를 잘 넘겼다는 미담이 언론에 소개됐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인 식도(食道)와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氣道)는 목에서 나뉘는데 이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자칫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음식이나 음료수가 폐로 들어가면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식사 때 아무 문제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가벼운 ‘사레’ 정도에 그치는데 왜 나이가 들면 호흡곤란이나 폐렴까지 일으키게 될까. 노화에 따른 근력 약화와 신경계 이상, 감각 손실 등이 주원인이다.

나이가 들면 팔-다리-엉덩이 등의 근육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호흡과 소화 등 기초 활동에 필요한 근육도 감소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3명 중 1명이 ‘삼킴 장애’를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숨 쉬는데 필요한 근육 약화와 신경계 장애는 또 다른 문제도 일으킨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음식 등이 폐에 들어가면 폐렴이 일어나는데, 주증상이 고열, 기침, 가래 등이다.

그런데 노인들은 폐렴에 걸렸는데도 고열이나 기침, 가래 등 폐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무기력증, 식욕부진, 기저 질환 악화 등 폐렴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폐렴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외부 기온 변화에 대한 체온 적응 능력도 떨어진다. 체온은 평소 36.5도이지만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37도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다. 더위에 노출돼 체온이 오르면 피부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배출하는 열 발산 작용이 일어남으로써 급격한 체온 상승을 막는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되면 체온이 오르는데도 땀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아 더위에 노출될 때 일사병 위험이 증가한다.

몸속의 물 부족 감지 능력도 떨어진다. 체내 물이 부족하면 갈증이 느껴지고 물을 찾게 된다. 하지만 노인들은 수분 부족을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돼 갈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탈수 증상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노인들은 탈수 증상 예방을 위해 갈증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물을 넉넉하게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기온이 높으면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오감도 둔화한다. 나이 들면서 시력ㆍ청각ㆍ후각 등이 떨어지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이 중에서 떨어지는 현상을 실감하기 힘든 것이 미각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50~70대가 되면 짠맛ㆍ단맛ㆍ신맛ㆍ쓴맛 등의 역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 자극이 아니면 잘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짠맛이 심했다. 그러면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을 때 소금을 무척 많이 넣어야 ‘간이 맞다’고 느끼므로 소금 과다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통해 위로 보내고,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며, 소금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짜게 느끼는 것은 젊을 때는 의식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노화를 겪고 있는 사람은 물론 노화를 향해 가는 사람, 노인을 돌보는 사람 모두 알아야 하는 몸의 변화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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