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지급으로 손실보상 규모 대폭 축소
재정건전성 강조했으나,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손실보상·재원 조달 두고 입장번복 논란 될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소상공인 손실보상 '차등지급' 원칙을 밝히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온전한 코로나19 피해보상’이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1인당 최소 6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 일괄지급 원칙이 깨지면서, 손실보상을 위한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도 당초 50조 원대서 30조 원대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재원 마련 방안도 여전히 막막하다. 온전한 피해보상 공약에 이어, 재정건전성 강화 방침마저 대폭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0조 원 이상→30조 원대 쪼그라든 추경 규모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인 ‘코로나19 온전한 손실보상’안의 대폭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수위가 "코로나19로 전국 소상공인·소기업 551만 곳이 입은 손실 규모가 약 54조 원에 달한다"며 업체 규모와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초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손실보상에 5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약집에도 “50조 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급등하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달 1일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공약 이후 현 정부의 1차 추경이 있었다”며 2차 추경 규모 축소 의사를 밝혔다. 50조 원에서 1차 추경(16조9,000억 원)을 제외한 30조 원대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인수위가 전일 밝힌 54조 원의 손실 규모도 30조 원대 지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 정부에서 7차례에 걸쳐 31조6,000억 원이 지급된 만큼 나머지 차액(22조4,000억 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각종 금융·세제 지원까지 고려하면 2차 추경 규모는 30조 원대에서 편성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지원 방식도 당초 이야기한 ‘600만~1,000만 원 일괄 지급’에서 ‘차등 지급’으로 바꿔 온전한 손실보상을 기대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새 정부가 '희망고문만 했다"는 불평이 터져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1호 공약을 파기한다면 강력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반발했다.
추경 규모에 이어 재원 마련 방법도 말 뒤집나
인수위의 입장 번복은 추경 재원 조달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될 공산이 크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방만 재정정책을 비판하며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으나, 적자국채 발행 없인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인수위 방침대로 여유자금에서 끌어와도 가용 재원은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3조3,000억 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2조5,000억 원 △한국은행 결산잉여금 1조4,000억 원 등 10조 원에 못 미친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앞서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편성된 13차례 추경 총액 196조1,000억 원 중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재원은 10.3%(20조2,0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미 편성된 사업의 예산을 재조정해 재원을 짜내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인수위는 현재 올해 초과세수분을 활용해 추경안에 미리 반영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산시장 침체 등으로 초과세수가 얼마나 걷힐지도 불투명해 적자국채 발행에 또다시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면 미리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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