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 동반 부진...수출 환경도 악화
홍남기 "경기회복 불확실성 높아졌다" 우려
향후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경기 상황을 진단하는 경제지표마저 하락 전환하자,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소비 부진에 투자마저 쪼그라들어, 우리 경제가 이미 침체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경기 상황과 미래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주요 경제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선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5%, 설비투자는 2.9% 줄었다. 올해 1월 2% 감소했던 소매판매는 2월(0%) 들어 횡보하더니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 전환하며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2월(-5.6%)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건설기성(시공실적) 역시 석 달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감소하던 전(全)산업 생산이 1.5% 증가한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서비스업 생산은 1.5% 늘며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별로 보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시적인 요인에 의해 플러스 전환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1989년 8월(12.0%) 이후 약 3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식료품 생산(7.1%)만 해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재택근무·자가격리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영향이 크다.
반면 한국 경제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반도체 생산은 지난달 마이너스로 전환해 수출마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고환율에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마저 주저앉을 경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7월부터 9개월 연속 떨어졌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은 102.4를 기록, 6개월 만에 하락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전환점 발생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기가 침체 초입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정부 안팎에서도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간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차 이날 “동행지수 하락전환은 경기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징표”라며 우려를 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2분기부터 본격화할 수출 부진 등은 한국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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