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시행 6개월... 판결 51건 분석
과거엔 벌금… 법 시행 뒤 실형이나 집행유예
관대한 판결과 납득 어려운 감경 사유도 여럿
공소기각도 8건 "반의사불벌죄 폐지" 목소리도
'스토킹처벌법' 시행 6개월 동안 법원에선 가해자 대부분에게 집행유예나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벌금형이 많았던 과거 판결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변화로 보고 있지만, 피해자와의 교제 여부 등을 감경 사유로 고려하는 판결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토킹처벌법 양형기준은 빨라야 2023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판사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형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대부분 실형·집행유예 "억지력 없지는 않다"
1일 한국일보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 등을 통해 최근 6개월 동안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판결문 51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가해자들에게 대부분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징역 2년 안팎의 징역형(20건)과 집행유예(21건)가 대부분이었고 벌금형은 2건에 불과했다. 공소기각은 8건이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지난해 4월 제정됐고 같은 해 10월 21일 시행됐다. 스토킹범죄는 과거엔 경범죄로 간주돼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지만,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처벌 수위를 높였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가해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를, 범죄 당시 위험한 흉기를 소지했다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스토킹 범죄의 형량이 높아지는 것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받았더라도 범행을 추가로 저지르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억지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성범죄전담 변호사는 "벌금형 선고도 가능하지만 집행유예와 실형을 선고하는 것을 보면, 법원도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대한 판결 여전 "엄정 판단 필요"
하지만 '관대한 판결'도 여럿 있었다. 창원지법은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여자친구를 수십 차례 폭행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협박성 메시지를 200여 차례 이상 보낸 A(3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가 피해배상 공탁금 3,000만 원을 냈고 구금기간 동안 반성했다는 점을 참작했지만, 여성단체에선 "피해자 안전과 2차 피해 대책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스토킹범죄가 신체적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감경 사유로 들고, 피해자와 피고인이 8개월간 사귀었다는 사실을 형량에 참작한 경우도 있었다. 이은의 성범죄전문 변호사는 "스토킹범죄는 대부분 면식 관계에서 이뤄지고 중대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신체적 폭력 또는 교제 여부를 형량에 참작하는 건 입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판결문에 적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판사 성향에 따른 '들쭉날쭉' 판결을 막기 위한 양형기준은 빨라야 2023년에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8기 양형위원회가 내년 4월 임기를 마치는데, 논의할 항목은 지난해 6월 이미 다 정했다"며 "스토킹처벌법은 지난해 10월 시행된 데다 축적된 판례도 없어 9기 양형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의사불벌죄 폐지 요구도
일각에선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재차 요구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선고 전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이 소송을 끝낼 수 있다.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나고, 전과도 남지 않는다. 실제로 반의사불벌죄 조항 때문에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스토커도 8명에 달하는데, 이 중에는 협박 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내는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들도 있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처벌 불원서 한 줄 받으면 기계적으로 공소가 기각되다 보니 가해자가 합의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이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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