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했지만 원칙이나 절차 위반 아냐"
'사법농단' 판사 14명 중 6번째 무죄 확정
임성근 "심려 끼쳐 송구… 봉사하며 살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6번째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 행위, 부적절했지만 원칙이나 절차 위반하지 않아"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분명히 밝히도록 해달라'며 이른바 '중간판결적 판단'을 요청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사건 1심 재판장에게도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이 있다'며 판결 이유를 수정 및 삭제하도록 관여한 혐의도 받았다. 2016년 도박죄로 약식명령이 청구된 프로야구 선수를 정식 재판에 회부한 판사에게 다시 약식명령으로 처리하도록 개입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부장판사를 법정에 세웠지만 1심부터 무죄가 선고됐다. 법관 독립의 원칙상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 전 부장판사에게 재판업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1심은 임 전 부장판사 행위가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항소심도 임 전 부장판사를 무죄로 봤다. 1심과 마찬가지로 그의 행위는 부적절했지만, 직무수행상 원칙이나 절차를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 행위를 '위헌적'이라고 판단한 1심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재판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수위를 낮췄다. 대법원도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 14명 중 6명 무죄 확정…2명만 1·2심서 유죄
이날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임 전 부장판사를 비롯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현재까지 14명 가운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만 유죄를 인정받았다. 1·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다른 법관들과 달리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면서 일선 판사의 재판사무에 지적할 권한이 있다고 봤다. 함께 재판을 받은 방창현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원로법관)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아직 1심 재판 중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날 대법 판결에 앞서 탄핵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파면 여부를 가릴 수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국민과 법원가족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변호사로서 사법 신뢰에 이바지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하더라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최초 사례"라며 씁쓸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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