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위기청소년 첫 생활실태조사 결과
어려울 때 도와줄 곳은 '친구·선후배'가 67%
국가기관 등은 알지도 못하고 이용도 꺼려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정부가 적극 나서야
우리 사회는 위기청소년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을까. 폭력과 학대에 지쳐 집을 뛰쳐나온 아이들이 기대는 곳은 학교나 정부 지원시설처럼 믿을 만한 곳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 친구들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해결책보다는 또 다른 폭력과 비행에 노출된다. 국가가 위기청소년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얘기다.
가출청소년 72% 집에서 '폭력' 경험
여성가족부는 28일 '2021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를 내놨다. 이번 조사는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을 이용했거나 입소 경험이 있는 만 9~18세 이하 4,3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위기청소년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로는 처음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청소년을 위기로 몰아넣는 가장 큰 원인은 '가정폭력'이었다. 위기청소년 중 절반은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신체폭력(44.4%), 언어폭력(46.0%)을 겪었다. 특히 가출청소년 보호시설을 이용했던 청소년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72.1%, 72.9%까지 치솟았다.
집 나와도 또래에 의지… "도움 요청할 곳 없다"
집을 나온 아이들은 도움 받을 곳도 없다. 대개 친구 또는 선후배(67.4%)에 의지했고, 아예 '도움 요청할 곳이 없다'는 응답은 11%에 이르렀다. 가정 밖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위기청소년 중 15.9%는 최근 1년 동안 친구나 선후배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흡연(33.5%), 음주(29.6%), 환각성 물질(0.9%) 등 유해약물을 이용한 경험 또한 2020년 일반적인 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조사 때보다 수치가 2~7배나 높다. 성폭력 피해 경험(4.3%)도 2배 이상 많다.
당장 생계가 막막하고 외부환경이 불안하니 아이들은 생활비 부족(54.0%), 갈 곳이나 쉴 곳이 없음(42.4%), 우울·불안(33.3%) 등에 시달린다. 해선 안 될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위기청소년 중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응답이 26%, 27%, 가출청소년의 경우 30%대로 올라간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정폭력이나 학대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들은 심리·정서적으로 상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시설, 알고도 안 찾는 아이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정부 기관 같은 곳은 찾지 않는다. 정부는 위기청소년을 위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쉼터, 자립지원관 등에다 '1388' 등 상담특화 채널도 구축해 뒀다. 하지만 이용률은 낮다. 가장 대표적인 위기청소년 지원 채널인 1388, 상담복지센터, 지역교육청 상담실(Wee센터) 3곳만 해도, 이 시스템을 '안다'는 이들은 최대 80% 수준에 육박하지만, 실제 이용했다는 응답은 최하 30% 선까지 뚝 떨어진다. 알아도 안 간다는 얘기다.
정부도 대책을 고민 중이다. 김은형 여가부 청소년자립지원과장은 "본인이 처한 상황과 맞지 않다거나,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인지율과 이용률 간 격차가 생긴다"며 "위기청소년이 실제 필요한 것들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1388 상담을 통합콜센터로 전환, 즉각 상담이 가능하도록 고치고 상담 내용도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정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자해·자살 예방을 위해 상담복지센터 내 임상심리사 배치를 비롯해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으로 주거, 생활, 교육, 취업 등 가정 밖 청소년 자립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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