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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복숭아빵·안동 사과빵... "전국에 빵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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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복숭아빵·안동 사과빵... "전국에 빵이 활짝 피었습니다"

입력
2022.04.29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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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의 고구마빵. 출처 '피낭시에' SNS

전남 해남의 고구마빵. 출처 '피낭시에' SNS

대학생 윤지향(20)씨는 얼마 전 전남 해남 여행길에서 고구마랑 똑 닮은 해남 고구마빵을 사먹었다.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건 다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아예 '해남 고구마빵 먹어보기'를 여행 코스에 넣었다. 그는 "맛도 있었지만 빵이 고구마랑 똑같이 생겨 재미있었고,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며 "나중에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있는 것을 보고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사먹었다"고 말했다.

천안 호두과자만 있는 게 아니다. 춘천 감자빵부터 원주 복숭아빵, 안동 사과빵, 강릉 커피콩빵, 포항 장미빵, 광양 매화빵, 제주 현무암빵까지... 이 정도면 언제부터인가 지역의 얼굴이 빵이 됐다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특산물을 원료로 하거나 지역의 상징을 딴 이색 빵들이 전국에서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경북 안동 사과빵. 출처 '과자의성' 홈페이지

경북 안동 사과빵. 출처 '과자의성' 홈페이지

지역 이름을 내세운 빵은 천혜의 자연,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관광 상품이다. 구매 문턱이 낮은 데다 모양부터 독특한 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사진 찍기 좋은 피사체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빵들은 '페이크 푸드(Fake Food·원재료나 음식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빵)'인 경우가 많다.

'천연발효 베이킹(비앤씨월드 발행)'의 저자이자 베이커리 경영·제품 컨설턴트인 홍상기 셰프는 "화제가 되려면 맛도 맛이지만 모양도 중요하다"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최근 지자체에서 쌀, 연근, 딸기 등 특산물로 빵을 개발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민간에서 개발했다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나서 홍보하는 것도 빵이 가져오는 부수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울산 대숲빵. 출처 '카페 코이' SNS

울산 대숲빵. 출처 '카페 코이' SNS

지난 6일 있었던 인수위와 17개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도 여러 지자체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빵을 선물로 들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춘천 감자빵을, 울산시는 대숲빵을 선택했다고 한다. 대숲빵은 지역의 한 카페에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길을 모티브로 만든 빵으로, 반죽과 크림에 댓잎 분말이 들어 있는 대나무 모양의 빵이다.

지역 명물 빵은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빵이 대다수라는 점도 특징이다. 쌀빵은 소화도 잘되고, 감소세인 국내 쌀 소비량(1인당 연간 쌀 소비량 2012년 69.8㎏→2021년 56.9㎏)을 촉진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포항의 지인으로부터 장미빵을 선물받은 정모(36)씨는 "모양이 화려해 보기에도 좋고, 견과류가 들어간 찹쌀로 만든 빵이라 여러 개를 부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 장미빵. 포항의 시화인 장미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출처 '포항 장미빵' 홈페이지

포항 장미빵. 포항의 시화인 장미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출처 '포항 장미빵' 홈페이지


원주 복숭아빵. 출처 '과자의성' 홈페이지

원주 복숭아빵. 출처 '과자의성' 홈페이지

지역 명물 빵의 흥행은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지자체가 관내 업체들의 빵 개발을 지원하는 이유다. 원주 복숭아빵의 경우, '과자의 성'이라는 민간 기업에서 만들지만 개발 과정에 강원도농업기술원 농식품연구소가 참여했다. 이 빵에는 원주 치악산의 복숭아 분말과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량한 품종인 '오륜쌀'을 특수 가공 처리한 쌀가루가 들어간다. 강원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기업이 쌀이나 복숭아 분말, 자색 옥수수 추출물 등 지역 농가에서 원료를 구입해 빵을 만들면 결국 지역 농가에 소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라며 "민간에서 요청이 오면 레시피 등을 적극적으로 기술 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석 전남도 농식품유통과농촌융복합 산업팀장은 "지역 명물 빵은 '비품(못난이 농산물)'이 폐기되거나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고, 들쑥날쑥한 농산물 수급량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제빵은 관광과 연계할 수 있고, 청년·여성이 창업하기에도 좋은 산업이라 도 차원에서 1시군 1특화빵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김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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