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하는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도 7년 내외인 시대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아이돌의 특성상 최초 계약 기간인 7년을 기점으로 멤버들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 지금 K팝 시장의 일반적인 수순이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팀 내 개인 활동 병행이 활발해진 만큼 그룹 활동을 종료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2막 도전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연기부터 예능, 뮤지컬 등 선택지가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중에서도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도전은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전향이다. 그룹 활동 당시에는 보여주지 못한 자신만의 매력과 역량을 솔로 전향을 통해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 그룹 출신 멤버들이 현재 K팝 시장에서 솔로로 2막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는 과거 '톱 아이돌' 반열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과 대중성을 동시에 누렸던 그룹 출신 멤버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출신인 만큼 솔로로 전향한 이들의 꽃길은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본 솔로 전향 멤버들의 성과는 결코 핑크빛 만은 아니다. 물론 과거의 인기를 변함없이 유지하며 활발한 활동 중인 멤버들도 있지만, 그룹 활동 당시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솔로 전향 이후에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그룹 출신 솔로 가수들의 타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솔로 전향 이후에도 성공은 보장될 것만 같던 이들의 성공률이 높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 그룹, 솔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룹과 솔로의 구조적 차이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은 솔로 가수와 달리 기획 당시부터 각 멤버들의 강점을 조합해 최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실력이 좋더라도 팀의 색깔과 맞지 않을 경우 최종 데뷔조에 합류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데뷔 이후에는 이러한 그룹의 특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최선의 조합으로 꾸려진 팀 안에서 멤버들은 각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며 그룹으로서의 시너지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시너지가 곧 팀의 색깔이 되고,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중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팀으로서의 조화는 좋지만, 솔로 전향 이후 멤버들이 다인원의 멤버들이 함께 완성했던 무대와 퍼포먼스를 혼자 이끌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현재 K팝 시장 아이돌 멤버들의 경우 솔로로서도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역량이 '올라운더' 변신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보긴 어렵다. 팀의 색깔을 넘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나 기량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그룹 활동 당시의 인기를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솔로 가수 전향 뿐만이 아니라 연기자, 예능, 뮤지컬 등 모든 분야에서 새 출발을 꾀하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역시 이같은 이유에 공감했다. 정 평론가는 "솔로 전향의 경우 해당 멤버가 확실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돋보이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평론가는 "아이돌 그룹의 팬덤 폭이 넓은 이유는 아이돌 멤버 각각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대중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멤버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황이 이런 만큼 자신의 색깔로 설 수 밖에 없다. 솔로 활동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인물 자체가 보편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마니아틱한 활동에 그치게 될 수 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달라진 음악 스타일, "결국은 확실한 색깔 구축이 필요"
과거 아이돌 시장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겨냥한 콘셉트와 곡으로 활동을 했던 것과 달리 솔로 전향 이후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색에 집중하면서 이를 고수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과거에는 기획사의 케어를 받으며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보단 보편적 리스너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곡을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솔로 전향 이후 보다 다양한 도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바라왔던 스타일로의 변화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1인 기획사에서 새 출발에 나서는 경우 이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이같은 도전이 새로운 길을 여는 아티스트로서의 첫 출발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콘셉트나 곡 스타일이 편중될 경우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정 평론가는 "결국 아이돌에서 솔로로 전향하는 멤버의 경우 그룹 활동 만큼 큰 대중적 지지를 기대하기 보단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며 "과거에 비해 팬덤이 조금 작아질 순 있어도 그 팬덤을 통해 꾸준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행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솔로는 아이돌 그룹처럼 단기간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긴 어렵지만 시간과 음악이 누적됨에 따라 못지 않은 힘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롱 텀'을 보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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