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서 지지자 거느리고 영향력 누리는 머스크
비판자에게는 욕설했다 소송도 당해
'테슬라 비상장으로 돌리겠다' 트윗엔 당국도 개입
주식·암호화폐 시장서 '의도적 시세조작' 의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관한 핵심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갖가지 사고를 쳤다. 명예훼손 소송도 겪었고, 테슬라 주가에 대한 표현 때문에 금융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도 받았다. 이 때문에 트위터를 자신의 '자유 발언대'로 사용해 온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유화해 규제당국의 간섭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페도 가이' 사건
일론 머스크는 2018년 6월 태국 탐루앙 동굴에서 발생한 유소년 축구선수단 조난 사건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전 세계 다이버들이 구조에 나선 이 사건을 머스크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물이 찬 동굴의 좁은 통로를 지나갈 수 있는 소형 잠수함을 개발해 태국 구조 현장에 놓고 갔다. 이 잠수함은 실제 구조 작업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구출 작전에 조력한 영국 출신 동굴 잠수사 버논 언스워스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해당 잠수함을 "실용성 없는 광고용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는지, 트위터에서 그를 향해 '페도가이(pedo guy·소아성애자)'라는 표현으로 트윗을 썼다가 삭제했다. 그는 나중에 사과했지만 "언스워스 역시 나에게 공격을 가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언스워스는 2018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머스크 측은 다음과 같이 변명했다. ①출신지 남아프리카에서는 그가 어렸을 적에 '음침한 녀석(creepy dude)'을 '페도 가이'라고 종종 부르곤 했다. 소아성애자(pedophilia)라는 뜻으로 부른 것은 아니다. ②진짜로 모욕할 의도는 없었고, 거칠게 발언하다 보니 그런 표현을 썼다.
2019년 법원은 머스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배심원들은 머스크의 트윗이 언스워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피해 증거가 없다고 평결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머스크가 벌인 황당한 행보들이 추가로 공개됐다. 당시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한 후에도 머스크는 자신이 의심한 언스워스의 '소아성애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찾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했다.
물론 증거는 없었고 그 사립탐정은 사기꾼이었다. 머스크는 가짜 사립탐정에 속아 5만 달러를 날렸고, 그가 전한 이렇다 할 증거도 없는 주장을 취재를 요청한 버즈피드 기자에게 보내면서 "아동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짓은 그만두라. 그 자식이 날 왜 고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규제당국까지 끌어들인 '테슬라 상장폐지' 사건
2018년 8월,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돌연 "테슬라 지분을 주당 420달러에 매입해 비공개회사로 전환하겠다. 자금은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시장에서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가는 급등했다. 당시 언론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가 테슬라 지분을 매입한 소식이 나오면서 "머스크가 진심이다" "자금줄로 사우디 왕가가 나섰다"는 설마저 돌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자금을 확보했다는 증거를 내보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약 3주 만에 백지화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머스크가 자금을 확보하지 않고도 확보한 척 거짓 트윗을 했으며 인위적인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머스크는 테슬라를 향한 공매도(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얻는 투자)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를 띄워서 공매도 세력에 부담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사기 혐의로 머스크를 고소했다. 머스크는 고소를 피하기 위해 SEC와 합의로 테슬라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놓고 2,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또 테슬라의 사업과 관련된 트윗은 반드시 회사 법률고문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는 조건도 걸렸다.
2022년에도 머스크는 "당시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는데도 SEC가 조사에 나섰다"거나 "회사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SEC와 합의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최근 이어진 테슬라 투자자들과 머스크 사이 소송에서 머스크가 당시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는 트윗은 거짓이었고, 머스크 또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또 SEC와 당시 합의를 무효로 해달라는 머스크의 주장도 기각했다.
SEC와 합의, 사실상 무시..."주가가 너무 높다" "10% 팔까 말까"
SEC와의 합의로 인해, 머스크는 이론상으로는 자유롭게 트윗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 결정이 머스크의 계정 자체를 회사의 관리 아래로 집어넣었거나 개인의 트윗 작성 권한 자체를 박탈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머스크는 제 멋대로 트윗을 이어갔다.
2020년 5월 머스크는 "내 생각에 테슬라 주가는 너무 높다"는 트윗을 날렸고 이 한 마디에 주가가 1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이때의 트윗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테슬라 주가는 이후로 외려 폭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 세계 금융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대로 내리고 자금을 풀던 시점이라 시장에 돈이 넘쳤다. 머스크도 그해 하반기에는 "시장이 테슬라가 성공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2021년 11월 머스크는 "최근 미실현 이익이 조세 회피 수단 취급을 받고 있는데. 내가 테슬라 주식 10%를 매도할 것을 제안하겠다. 지지하느냐"며 트위터의 '투표'기능을 사용해 투표를 받았다. 머스크는 당시 미국 민주당이 주식 시장의 대부호들을 겨냥한 부유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응해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과반이 '팔라'고 답했기 때문에 머스크는 실제로 보유 테슬라 지분 160억 달러어치를 처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금은 핑계고 결국 또 주가 조작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트윗을 올리기 전날 머스크의 동생 킴발 머스크가 테슬라 지분을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자, SEC는 '머스크 트윗'을 둘러싼 조사에 나섰다. 머스크는 또다시 SEC를 향해 불만을 터트렸고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미국 법원은 "SEC가 당연히 조사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트위터는 이미 머스크 왕국
머스크를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는 계정 수는 8,200만 개이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이를 뛰어넘는다. 그를 팔로우하든 하지 않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트위터 이용자로서 피할 수 없는 정보다. 특히 당국의 감시와 감독이 거의 유효하지 않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머스크의 트윗은 매우 큰 변동성을 만들어 왔다. 머스크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 옹호론자지만, 한동안 비트코인을 비판하고 도지코인을 띄우는 데 열중하면서 혼란을 불렀다.
그의 영향력은 트위터에서 그를 호위하는 '머스카이트'로 불리는 팬 군단에 의해 심화한다. 머스크는 팬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함으로써 '팬덤'을 강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트위터에 2009년 6월 가입한 이래 머스크는 약 5,700개의 트위터 계정에 답장했는데, 그중 4분의 1은 머스크와 테슬라를 지지하는 핵심 계정 20여 개에 집중됐다.
머스크의 '간택'을 받은 '핵심 계정'들은 많은 팔로어를 거느리면서 자발적으로 테슬라를 옹호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지지자들은 머스크가 테슬라 팬들과 공개적으로 연결돼 테슬라 투자자와 차량 구매자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었다고 평가한다. 테슬라가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이유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수한 계정들이 머스크나 테슬라의 상품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가 역으로 비난 멘션을 받았다. 머스크 팬들은 머스크가 비난한 대상을 향해 떼로 인종차별 등 모욕적 멘션을 보내면서 집중적으로 쏘아붙인다. 최근 인수 협상을 전후해서는 트위터의 최고 법률자문역인 비자야 가드가 머스크 팬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앞서 '페도 가이' 사건 당시 머스크를 비판했다가 머스크와 팬들의 역공을 당한 적이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셰어 스칼릿은 "트위터를 인수해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사람이 비판에는 지나치게 민감하다"면서 "그가 비판자를 향해 답글을 달 때 그는 무엇을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사실상 '공격을 선동'했다는 의미다.
스칼릿은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무기화하고 있고, 트위터 인수에도 그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NBC방송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확정 소식과 함께 대규모 계정 비활성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봇'이 아닌 실제 사람들의 활동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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