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번복으로 '강행 처리' 명분 줘
"판단 미스, 대단히 죄송" 실패 자인
책임론 커지지만... 사퇴는 없을 듯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저지하려는 국민의힘의 노력이 실패로 끝날 것이 유력해지면서 권성동 원내대표를 탓하는 당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서명한 직후엔 활짝 웃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제동에 사흘 만에 합의를 스스로 뒤집어야 했다. 박 의장과 민주당이 그의 합의 번복을 법안 처리 강행 명분으로 삼으면서 권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지난 15일 출범한 지 약 열흘 만에 '권성동호'가 대형 위기를 만난 것이다. 다만 윤 당선인은 권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입법 이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원조 윤핵관(윤 당선인의 핵심 관계자)이다. 그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법안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1호 주자로 직접 나서 수습을 위해 애썼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당내 의원들을 설득했다. 검찰 직접 수사 대상에 경제와 부패 범죄를 남긴 만큼,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막아 선전했다는 게 검사 출신인 그의 판단이었다. 주말 보수 진영에서 재협상 불가피론이 거론될 때도 그는 "일선 검사들은 '그래도 잘된 합의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중재안 서명 전에 윤 당선인과 교감했다는 것도 그가 안심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오래 웃을 수 없었다. 윤 당선인이 25일 "정치권이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며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주문했고, 권 원내대표는 곧바로 물러섰다. 그는 26일 "제 판단 미스로 인한 여론 악화 부담을 당에 지우고 책임을 전가시켜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의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첫 번째 여야 협상 무대에서 전략적 완패를 인정한 셈이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게 뒀으면 민주당만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데, 합의 번복으로 우리도 처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권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된다. 그는 윤 당선인의 지원을 받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에 '실세 원내대표'를 흔드는 당내 목소리가 당장 터져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윤 당선인이 27일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한 것도 그에게 신뢰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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