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마리 은퇴견 돌본 자원봉사자 김정옥씨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은퇴견 최다 돌봄
시각장애인과 평생 함께한 안내견도 나이가 들면 은퇴한다. 개의 건강 상태, 시각장애인 파트너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은퇴 시기는 보통 아홉 살 안팎이다. 사람으로 치면 70세가 넘는 나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따르면 은퇴견 수는 58마리. 사람의 돌봄이 필요해진 은퇴견의 여생을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은퇴견 돌봄 자원봉사자 김정옥(53)씨는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매년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맞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내견은 평생 시각장애인 곁을 지켰다"며 "은퇴 후에는 최대한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6마리의 은퇴견을 돌봤다. 안내견학교 은퇴견 봉사자 가운데 가장 많은 은퇴견을 돌본 기록 보유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안내견학교로부터 감사패를 받았고, 27일 세계 안내견의 날을 맞아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추모행사에도 자원봉사자 대표로 참석했다.
김씨가 안내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반려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순둥이'를 키우면서부터다. 병치레가 잦은 순둥이를 키우면서 래브라도 리트리버 특징을 많이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같은 종인 안내견에 관심이 생겼다. 2012년 호주에서 귀국한 후 안내견학교 견사 청소 봉사를 시작하며 안내견학교와 인연이 닿았다. 김씨는 "2013년 순둥이가 떠난 뒤 안내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은퇴견 홈케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2014년 '루비'를 시작으로 은퇴견 돌봄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예비 안내견의 사회화를 돕는 봉사인 '퍼피워킹' 대신 은퇴견 돌봄을 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제일 예쁜 강아지일 때 1년을 함께 산 다음 보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은퇴견을 떠나 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루비' '채송' '보은' '비단'을 떠나 보냈고 지금은 '토대'(12세) '축복'(12세)과 지내고 있다. 은퇴견과 함께하는 시간은 안내견이 은퇴한 시기,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김씨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태의 비단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때맞춰 밥을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1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줬다. 비단은 그렇게 5개월을 보내다 떠났다. 김씨는 "은퇴견이 세상을 떠날 땐 너무 슬프다"면서도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은퇴견을 만나면서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은퇴견이라 사회화는 완벽히 돼 있지만 30㎏에 달하는 대형견이라 함께 살기 쉽지 만은 않을 터다. 김씨는 "힘든 점은 하나도 없다. 다만 목욕 시킬 때만 힘들다"고 웃었다. 또 실외 배변만 해야 하는 은퇴견의 경우 하루에 여섯 번씩 밖에 나가야 하는데 장마철에는 쉽지 않다고 했다.
대형견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그는 "아파트에서 왜 큰 개를 키우냐, 입마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길 종종 듣는다"며 "화물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등 가능하면 다른 거주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은퇴견 조끼를 보고 고생했다, 기특하다고 말해주는 분들을 만나면 감사하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은퇴견뿐 아니라 유기견 예비 입양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사람에게도 미운 일곱 살이 있듯 개에게도 천방지축인 시기가 있어요. 키우기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가족으로서 끝까지 책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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