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신' 7명 일괄 사표 제출키로
새 정부서 '국무회의 정족수' 여부 변수
청문 결과 따라 '장관 빌려주기' 가능성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내달 10일 새 정부 출범 전 일괄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문재인 정부 장관' 체제를 피하기 위한 배려 차원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진행 상황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당분간 '신구 정부 간 불편한 동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들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내달 9일 일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박범계 법무부, 전해철 행정안전부, 이인영 통일부, 한정애 환경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총 7명이다.
통상적으로 정권 교체기 전임 정부 장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영(令)을 세우기 위한 조치"라며 "민주당 출신 장관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문재인 5년'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변수는 새 정부가 국무회의 개의 정족수인 국무위원(19명)의 과반을 채울 수 있느냐다. 윤 당선인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이 대거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할 경우 새 정부 내각 인사만으로 국무회의 개의가 불가능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날 파행 끝에 다음 달 2, 3일로 조정되는 등 윤석열 1기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 정국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는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가 잇따르면서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일부 장관들을 설득해 이명박 정부의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정족수를 채워줬다. 2008년 2월 27일과 3월 3일 노무현 정부 장관인 박명재(행정자치부)·이규용(환경부)·변재진(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명박 정부의 국무회의에 출석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집무실 이전과 공공기관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은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장관 빌려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구 권력 간 관계가 협조적이지 않아 국무회의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안정적 권력이양'을 약속한 터라 정치색이 없는 관료 출신 장관들을 새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설득할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달 9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상황을 지켜본 후 장관들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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