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취재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무려 5만 명의 팬들이 운집한 얼리전트 스타디움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초대형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방탄소년단의 수준급 퍼포먼스와 공연장을 뜨겁게 달군 현지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단순히 음반 발매와 현지 활동 등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팝 스타가 아닌, '공연형 아티스트'로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는 비단 방탄소년단만의 일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븐틴·블랙핑크·몬스타엑스 등 많은 K팝 가수들이 국내 콘서트는 물론 대규모 월드투어까지 개최하며 공연형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재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대면 공연 역시 점차 재개되고 있는 만큼 K팝 스타의 공연형 아티스트 진화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대중공연 시장, 10년 새 비약적 성장...아직 개선 필요성 有"
아티스트들이 공연에 최적화 된 내실을 키우며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중요해 진 것은 공연 시장의 환경이다.
이미 대규모 스타디움 공연부터 비교적 소규모의 공연까지 전반적인 공연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한 해외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 공연 시장이 지금처럼 몸집을 불린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때문에 보다 특화된 공연형 아티스트로 성장한 K팝 아티스트에 발맞춘 공연 시장의 내실있는 동반 성장의 필요성은 상당히 크다.
현재 '2022 내일은 국민가수 전국투어 콘서트 '탄생! 국가단'' 총 연출을 맡고 있는 임소영 연출 감독 역시 국내 공연계의 성장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임 감독은 "국내 공연 연출 시장이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 전부터다. 물론 그 동안 공연 시장의 환경이 많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한 환경적 개선부터 자본적인 투자까지 다양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K팝 기획사들, 양질 공연 위한 투자로 환경 개선 도모"
소속사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공연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K팝 그룹 소속사 측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획사들이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 및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팝의 외연 확대에 따라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의 규모는 커졌으나 공연 시장의 규모는 아직 답보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당 소속사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공연에 투입하는 투자, 인력 규모는 콘텐츠 제작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며 "K팝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발맞춰 공연의 퀄리티나 제작 환경 역시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로드맵 마련"
향후 공연 시장의 긍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확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공연 제작사 쇼플레이 임동균 대표는 "최근 국내 가수들이 K팝의 글로벌 인기를 이끌며 엄청난 발전을 일궜다. 이와 함께 해외 공연의 기회 역시 확대됐고, 자연스럽게 공연 관련 기술진들도 급격하게 성장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 시장이 위축됐고, 공연 관련 기술진들의 업무 역시 빠르게 줄어들었다. 결국 팬데믹의 장기화 속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선택한 스태프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많은 K팝 가수들이 공연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불렸지만 정작 공연을 만들 기술자들에 대한 생계 유지조차 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공연시장의 환경은 체계적인 성장을 이루기 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까지 든다. 결국 공연을 위해 K팝 가수들이 해외 스태프들을 쓸 수 밖에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각종 위기 상황 속 균형있는 공연 시장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대중공연계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정책적 로드맵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임 대표는 "여전히 정책적으로 대중공연 시장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다른 공연과 다른 선상에서 논의되는 분야다. 하지만 이제 K팝 시장이 국내 주요 수출 분야로 꼽힐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만큼 이 역시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정책적으로 체계적 로드맵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며 "예전과 달리 지금은 하나의 공연을 위해 약 1,000명 가량의 기술진들이 투입되고 있다. 결국 대중공연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본적인 지원이 아닌 어떤 위기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의 수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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